아쉬움은 남는다.

by 기차는 달려가고

여행에서 꼭 무엇을 얻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났고,

낯선 그 어딘가를 헤매었으며.

때로 마음이 벅차올랐고,

여행 끝에는 피로하고 지쳤다.

- 라는.

일상을 떠나 가급적 비일상의 세상을 살아보려 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여행지를 떠나 집에 도착하여

아, 돌아왔다, 안도하고는.

한 꺼플, 한 꺼플 옷을 벗고 소파에 엎드려 있다가.

오며 가며 발에 치이는 을 하나하나 풀면서.

살짝 한숨과 함께 어떤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그곳 사람들이란

자고, 먹고, 이동하는 데에 필수적인 몇 사람.

또는 길을 묻기 위해 잠깐만요, 다급하게 불러 세웠던 처음 보는 타인들.

서로 필요한 말과 외부인에 대한 온정을 담은 미소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갈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다.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는 두려움이 발을 붙든다.

그 장소를 더 알고 싶고.

관광지가 아닌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지만.

언어와 안전 문제, 정보 부족으로 외부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렵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건 서로 마찬가지.

친절한 몇 마디 대화로 서로를 믿게 되었다거나,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언어가 통해도 타인들과의 진정한 대화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하라.



여행을 돌이키면서 아,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을 후회하지만.

여행 당시에는 한정적인 체력과 시간, 비용 문제로 마음에 두었던 몇 군데는 남기고 올 수밖에.

가고 싶다 해서 모든 곳을 갈 수는 없다.


그곳을 알고 싶다, 해서 먼길을 떠났지만.

결국은 나는 나를 벗어나지 못했다.

자기 자신이라는 강고한 틀을 질질 끌면서 낯선 풍경 속을 그저 스쳐지나다녔을 뿐이었다.



풍경은 '나'라는 시각의 틀을 통해 보이고 해석된다.

내가 키운 용량만큼 느끼고 안다.

여행하는 자신을 본다.

나는 어쩌면 여행지에서 여행자를 연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외국 영화에서 보았던 멋쟁이 여배우처럼,

나풀나풀 바람에 흔들리는 치마를 입고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낭만을 다오.

추억을 그리자.

멋진 사진으로 남겠지.


자기 자신을 전혀 벗어나지 못 한채 장소만 바꾸어 놀다 왔을 수도 있다.

어깨에 얹은 무거운 가방만이 유일한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었다.

온 세상을 다 걸어 다닐 테다.

그래서 떠났다.

나의 꿈, 나의 소망이 나를 길에 나서게 했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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