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보령군에 오천항이 있다.
큰 바다에서 두 겹 정도 막혀있는,
만의 깊숙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있는 잔잔한 포구이다.
낚시하는 분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인지 가보면 낚싯배가 뜨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젓갈로 유명한 장항선 광천에서 버스를 타고 갔던 것 같다.
시간 맞춰 출발하는 버스에는 승객이 없었는데.
텅 비어있는 횡 뚫린 도로를,
박력이 넘치는 버스 기사는 날아갈 듯 달려댔다.
앞뒤로 앉아있던 어머니와 나는 각각 있는 힘껏 손잡이를 잡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
날씨가 참 좋았다.
파란 하늘.
흰 구름.
파아란 바다.
찰랑이는 물과 흔들리는 작은 배들.
햇빛이 내리 꽂히는 대낮.
항구에는 인적이 없었고,
뭐라 뭐라 쓰인 플래카드만 바람에 펄럭거렸다.
계절이 또 좋은 때였다.
바다로 들어가는 물은 옴폭한 언덕들 사이를 흘러왔는데,
언덕들은 나날이 짙어가는 녹음으로 또 다르게 푸르렀다.
그러니까 짙고 무성한 초록의 언덕들과,
그 사이를 흘러온 기다란 푸른 물.
그 물이 흐르고 흘러 만나는 짙고 파아란 둥근 바다.
하얗고 작은 배들.
눈부신 햇빛과 살랑살랑한 바람에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 모든 것을 껴안은 적요함이 있었다.
어머니와 내가 만난 그림같이 예쁜 오천항이었다.
우리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충청도 음식은 특색은 없는데 양은 많다.
식당에는 손님들이 제법 있었는데,
거리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언덕배기에 집들이 차곡차곡 들어앉아 있었다.
작은 가게들은 문이 닫혀있었는데
아마 낚시꾼들이 몰려들 때나 문을 여는지,
토스트, 커피, 김밥, 라면...
뭐 그런 메뉴들이 손글씨로 쓰인 유리문들.
포구를 내려다보는 마을은 정다워 보여서,
이곳에 내 방 하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오천항은 조선시대에 요지였던 지역이었고,
외적을 막는 성벽이 있었단다.
또 풍광이 아름다우니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에 정자를 지었고.
찾아온 문인들은 흘러넘치는 시정을 글로 남겼다.
성의 흔적은 발굴 중이어서 가려져 있었다.
가파른 언덕 위에 복원돼 있는, 규모가 큰 정자인 영보정에 올랐다.
어머니 손을 잡아끌면서 숨 가쁘게 올라서니.
아, 아아!
다른 말 없이 탄성만 내놓을 밖에.
항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딱 적당한 높이.
여기까지 이르는 산과 들과 물이 있는 주변 풍광이 바라보이고.
풀 향기를 품은 시원한 바람과 툭 트인 시야는
아, 좋다, 좋아.
하하,
시를 짓지 못하는 현대의 방문객은 그저 잇따라 감탄만 할 뿐.
돗자리를 깔고 가져온 차와 간식을 먹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었다.
가끔 와서 그냥 앉아만 있다 가도 좋겠다, 고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