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닷가의 잔교

by 기차는 달려가고

처음 미국의 캘리포니아 바닷가에 갔을 때 바다로 쭉 뻗은 나무 잔교가 마음을 끌었다.

수심이 깊지 않은 넓은 바다에 길게 뻗은 잔교 끝에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쓰이는 납작한 건물이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바다에서 잔교는 특히 낭만적이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볼 때,

붉게 물든 석양을 배경으로 까만 실루엣의 쭉 뻗은 잔교는 참 멋져 보였다.

어둠이 내려오면 잔교에는 작은 조명이 반짝거렸다.



원래 잔교는 배를 대는 용도라고 한다.

미국 동화책에서 강이나 호숫가, 풀이 우거진 곳에,

짧은 나무판자로 엮은 잔교와 그 옆에 묶인 나무배 같은 삽화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그 조각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가기도 하고,

이웃 동네 친구를 만나러 가기도 했지.


현대의 사람들은 바닷가를 거닐다가,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기나긴 잔교를 걸어가서는.

멀리 끝이 없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거나

잔교 끄트머리에 놓여있는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 또는 커피를 마셨다.



나도 잔교를 걸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넘실넘실 바다로 들어가는 기분은 정말 근사했다.

바닷가처럼 신발로 모래가 들어오지도 않았고.

나무로 만들어진 잔교는 자연스럽달까, 친밀감이 있었다.


음, 그러나 하늘과 나 사이에 아무 가릴 것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햇빛이 곧바로 내리꽂는다.

목덜미가 따갑다.

눈이 부시다.

바람이 분다.

모자는 날리고 치마는 펄럭인다.



가다 서다 하면서 잔교의 끝에 닿았다.

카페에 들어갔다.

실내는 좀 낡은 평범한 미국 식당 모습이다.

잔교를 걸어오면서 키워온 낭만의 버블이 좀 꺼지는 듯, 어째 좀 실망감.

사방으로 파란 바다가 펼쳐져 조망은 근사하다.

자리에 앉으니 바다 위에 떠있는 기분이 들었다.


식당 메뉴는 단순했다.

커피, 콜라, 햄버거, 샌드위치, 샐러드 정도.

햄버거 종류를 먹지 않는 나는 양 많은 샐러드와 맛없는 커피를 마셨지, 아마.


미국 대도시에서는 전 세계 모든 곳의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대도시 번화가 아니면 음식점이 그리 다양하지는 않다.

전형적인 미국 식당에 미국화 된 중국 음식점과 얼치기 일본 식당이 있기는 하지.

전형적인 미국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뻔하다.

햄버거를 먹지 않고 미국의 거대한 닭고기도 싫어하는 나는 미국 식당에서는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었다.



울릉도에 갔더니 바닷가에 걸을 수 있는 길을 이어놓았더라.

워낙 험하고 가파른 지형이어서 산책로는,

땅에 기댄 길과 바다 위에 떠서 나무로 이어 만든 데크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바닷가를 끼고 걷는 길을 만든다.

바다 안으로 쭉 들어가는 구조물로는 방파제나 섬을 잇는 연육교가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지역마다 다른 점을 찾아내고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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