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암마을, 수덕사 그리고

by 기차는 달려가고

아마 한 30년쯤 전에,

어머니와 충청남도 쪽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정확한 일정은 잊었는데 추사 고택, 아산의 외암마을, 예산의 덕산온천과 수덕사에 갔던 것은 기억한다.



넉넉하고 번듯한 추사 고택은

빗질이 잘 된 흙마당, 담벼락에 피어있던 꽃들과 풍경을 비추던 따사로운 햇볕으로 기억에 남았다.

조용했다.


외암마을은 그때, 지금처럼 널리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동네였지.

마을은 단정하니 옛 모습이 보존되어 있었는데,

늦은 오후라 그랬는지 꼭꼭 닫힌 대문들에 그늘진 골목은 텅 비어 있어서 어둡고 적막한 느낌을 받았었다.


수덕사 절집 자체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절에서 내려오면서 식당으로 운영되던 이응로 화백의 옛집, 수덕여관에서 밥을 먹었다.

귀퉁이에는 화가가 직접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있었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집,

미닫이 창이 열리던 바깥채 방에 앉아서 산채나물이 차려진 밥상을 받았었는데.

문틀에 먼지가 수북해서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구나, 싶었었다.



4~5년쯤 전에 어머니와 다시 수덕사에 갔었고 외암마을은 여러 번 갔다.

그리고 아산에 있는 온천을 다녔다.

수덕사에 다시 간 봄날은 날씨가 참 좋았다.

절집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아련한 푸른빛 봄의 산야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사진이나 그림은 실제의 풍경을 못 따라간다.

이응로 화백의 집은 깨끗이 수리되어 있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아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는데,

너무 예쁘게 고쳐서 시간의 흔적이 좀 오리무중이랄까.

뜰에 핀 노란 수선화는 정말 어여뻤다.


외암마을은 기억과 다르게 햇살이 밝았다.

자꾸 시설을 덧붙여서 섭섭한 기분은 있지만,

개천을 건너 나지막한 경사지에 흙과 나무와 풀로 지은 집들의 풍경은 아주 좋았다.

마을을 두르는 도랑은 설화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졸졸 흘러 얼마나 예쁘던지.

마을 곳곳에 생활에서 축적된 안목이 고여 있었다.

종종 평화로운 자연 풍경을 새로 제멋대로 지어버린 건축물들이 해친다는 기분이 드는데.

외암마을은 크고 작은 집들과 담장이 자연스럽고 단아한 마을을 이루고.

마을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아예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있다.



온천을 좋아한다.

노천온천은 더 좋아한다.

나무들이 연푸른 이파리들로 덮일 때쯤.

따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려니 솔솔 부는 바람에 나무가 살랑살랑 흔들리다가,

푸르고 연한 이파리 몇 개 날아서 물에 내려앉더라.

따끈한 물에 푹 잠겨서 노곤해진 기분으로,

파란 하늘과 향긋한 봄바람과 나풀나풀 떨어지는 푸른 이파리가 그렇게 행복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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