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좋아한다.
노래 부르기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좋아한다.
젊어서는 가수의 콘서트도 종종 찾았다.
현장에서 노래를 들을 때 가수의 감성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 몇 분 떠올려볼까?
* 심수봉- 내가 고3 때 대학가요제에 나왔다.
다음날 과외수업이 있었는데, TV를 보지 않던 나는 친구들이 심수봉에 대해 얘기하던 열띤 모습을 기억한다.
1980년 대에 롯데호텔에서 한동안 원로 음악평론가가 진행하는 음악회가 있었다.
세 명의 가수를 불러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는데.
여기서 심수봉이 노래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정이 많을 것 같고,
감수성이 참 풍부하구나, 했지.
방송에서보다 직접 듣는 노래가 훨씬 좋았다.
내가 따라 부르면 독특한 노래의 맛이 안 산다.
끙~
* 나미- 이 분의 노래와 춤을 다 좋아했다.
역시 내가 부르면 이 분 노래의 장점이 확 죽는다.
활동을 그만두신 뒤 내가 다니던 미장원에서 보았는데,
나와 같은 선생님의 손님이어서 바로 옆에 한참을 같이 있었다.
상당히 수줍은 모습으로 조용하셨다.
노래와 춤에 재능이 뛰어나지만 연예인 생활은 좀 안 맞을 것으로 나는 느꼈다.
아, 보고 싶어요.
* 임희숙- 역시 같은 미장원, 같은 선생님 손님.
무대 위의 카리스마나 뛰어난 가창력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볼 때마다 참 소박한 성품으로
수더분한 이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시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노래들.
* 이광조- 우리 시절에 이광조가 있었다.
호텔 대형 회의장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좌석이 모자라 사람들이 벽에 기대 서서 볼 정도로 빡빡하게 들어찼었다.
우리 어머니도 출동했었지.
노래 진짜 잘 하심.
그때는 가수들한테 가창력과 감수성을 요구했던 시절이었다.
요새는 우리나라 가수들이 세계로 진출해서 매우 뿌듯한데.
그래도 우리나라 가요는 1980,90 년대가 황금기였다는 생각이다.
* 김현식- 당연히 콘서트에 갔었다.
그때 소극장에서 장기 공연한 것으로 기억한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수의 사인도 받았었다.
다시 찾아들어야지.
* 김종서- 처음 데뷔했을 무렵,
밴드에서 보컬 할 때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갔던 기억이다.
나는 앞좌석에 앉았는데 아주 부끄러워하며 청중들에게 시선을 못 맞추고 허공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미성과 고음,
노래를 잘하고 또 진지하게 열심히 했었다.
* 조덕배- 역시 대학로 소극장 공연으로 기억하는데.
실제로는 노래를 더 잘한다.
노래도 독특하지만 가수 특유의 창법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다.
내가 절대로 혼자 숨어서만 부르는 조덕배의 노래들.
어렵지는 않은데 노래의 그 감칠맛을 나는 못 살린다.
* 결국 나훈아-
우리 어머니가 서양 음악을 하신 분이라 어려서부터 가곡을 듣고 자랐다.
또 집안 분위기가 무엇을 직설적 또는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걸러서 말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트로트 또는 1960, 70년대 대중가요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30대 중반에 들어서 나훈아의 잡초, 영영, 무시로 같은 노래를 알게 되었다.
음, 좋은걸.
콘서트가 대단하다길래 어머니와 함께 갔다.
내가 이 가수를 좋아한다고 딱 말하기에는 한 박자 엇갈리는 부분은 있는데,
콘서트에서 감동이 있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대단한 열정으로 자신이 맡은 가수라는 역할을 진지하게 수행하고 있었고.
사리사욕을 넘어 자신이 더 나은 존재가 되고자 꾸준히 추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청중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최고.
그런 진정성 있는 태도는 가수라는 존재가 공감을 나누는 청중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절절한 인식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자기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감,
나는 꽤 잘하고 있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런 내가 자랑스럽다.
-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가수는 평생 노래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인생의 쓰고 어렵고 고달픈 고비를 한 땀 한 땀 넘어가면서 노래로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다.
대중들이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같이 부를 수 있는 정서와 가락으로.
내 마음을 꽉 채운 복잡한 감정의 정체를 나도 분명히 모르는데.
가수는 사랑을 잃은, 상처 받은, 그립고, 외롭고, 비참하고, 지친.
때로는 희망 차고, 우쭐거리는 벅찬 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한다.
내 슬픈 심정을 대신 울어주기도 한다.
가수들이 가슴으로 부른 노래가 대중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거칠어질 수도 있었을 정서를 따듯하게 어루만져 주는 위안을 떠올리면.
우리는 노래와 가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고마워요, 노래들.
또 가수 분들, 애정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