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시골 펜션에서,
서울 생활을 접고 촌으로 들어온 여주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는 특별히 농사를 짓지 않아도
산과 들에서 채취만 해도 살 수 있겠어요, 하니까.
추운 겨울 힘들게 지내다 봄이 오면 갑자기 마음이 넉넉해져요.
내 주머니는 텅 비었어도 텃밭에는 풀이 자라나고 산이 풍성하잖아요.
나물 뜯고 버섯 따고 열매 걷으면 살 수는 있으니까 안심이 된달까, 하셨다.
초등학교까지 산골에서 자라나 1980년 대 초에 서울 중학교 진학했던 사람이 말하기를.
서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줄 알았는데 도시락 못 싸오는 아이도 있고 반찬이 형편없는 아이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시골에서는 몸만 부지런하면 끼니를 굶거나 반찬거리 떨어질 일은 없는데...
라며, 돈 없이는 하루도 지탱할 수 없는 빡빡한 도시생활을 묘사했다.
반면 강원도에서 자랐던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은 말씀하시기를.
시골에서는 온종일 고생스럽게 일하면 굶지는 않았지만 돈을 쥘 수가 없었어.
서울 와서 돈 버니까 날아갈 것 같더라.
나는 시골 안 갈 거야,
가끔 가서 농사진 거 얻어먹는 게 제일 좋아, 하셨다.
농업이나 어업이나 크게 하는 소수 외에는,
고되게 농사짓고 산과 들에서 뜯고 따는 수확물이라야 가족들이 나눠먹을 정도이고.
노동에 비해 손에 쥘 수 있는 액수는 참 적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빠듯한 도시 생활에 지쳐 귀농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완전히 바꿔야 할 수도 있으니까.
도시생활은 살아있는 매 순간이 지출이다.
뭐든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또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이란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기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자라고 허물 많은 사람들끼리 부대끼면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돈에 치이고 사람에 다치면서 각박한 세상이 원망스럽지.
농사짓는 분들 블로그를 본다.
봄부터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 이제 수확을 앞둔 시기.
산에서 얻은 귀한 송이버섯, 능이버섯으로 추석 상을 차린 분들도 부럽고.
실한 고구마를 캐어 부침개를 지지는 분도 부럽다.
제주도 과수원에서는 귤이 익어가는 싱그런 냄새가 흘러나오는 듯하고.
논은 곧 황금빛으로 출렁이겠지.
각기 다른 네 계절,
생명체가 움을 틔우고 자라나고 결실을 맺고, 또 추위에 움츠리며 생명의 씨앗을 보존하는.
변화와 발전, 리듬이 있는 시간.
고층의 시멘트 건물 틈에 끼어서 빤한 수입과
쏟아지는 지출 충동 속에서 시달리고.
매일 같은 출퇴근길, 같은 업무로 몹시 권태로운 도시 사람들은.
성장과 변화가 있고,
자연에서 열매를 얻으며.
이파리도, 뿌리도 캐기만 하면 되는 산야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까마득한 옛날,
동굴에 거처하며 샘솟는 물을 마시고.
산과 들을 달리며 수렵과 채취로 살아갔던 기억이 어딘가에 새겨져 있는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폐라는 먹이를 구하는 대신,
자연에 기대 살아갈 수는 없는지.
몹시 불행하다, 느껴지는 외로운 날에.
골똘히 턱 괴고 앉아서는,
먹을거리와 몸을 누일 집 한 칸만 있다면,
이 각박하고 비굴한 도시 살이는 확 던져버리고.
돈이 되지 않아도 내 정말이지 뜻있는 일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절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