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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15. 2020

토비 삼촌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

로렌스 스턴 지음, 김정희 옮김, 을유문화사



이 책은 18세기 영국 작가 '로렌스 스턴'이 쓴 소설이다.

유럽 근대 시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이 소설 

종종 언급되어 금하던 차,

마침 을유문화사에서 좋은 번역으로 출판되어 재미있게 었다.


작가는 요크셔 시골마을 목사였는데,

1759년 자비로 출판한 이 작품의 첫 두 편으로 일약 명사로 떠올랐다고 한다.

각주와 해설까지 900쪽 가까운 벅찬 분량이지만,

시종일관 익살과 풍자와 해학으로 인간사의 다양한 측면을 유쾌하게 다룬다.

사변적이기도 하고.

서양 문화의 기본 지식이 요구되어 필히 책 뒤의 각주를 오가며 읽어야 한다.

장대한 깊이와 분량으로 줄거리를 소개하기는 어렵고, 음.

인물소개하기로.



트리스트럼의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다.

'뛰어난 자연과학자이고 아주 작은 일에 대해서도 면밀한 추론에 빠지는' (14 쪽) '극단적 정확성의 노예' (17쪽 ).

동시에

'대단히 분별력 있는 신사'이고, 

'철학적 지식도 풍부하고, 탐구심도 많은 분'(67쪽)이시다.

장점은 그렇다는 얘기지.

런던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시골 영지로 돌아왔다.

동생 토비와 각별한 우애를 나눈다.

뒤늦게 책의 화자인 트리스트럼 섄디를 낳았다.



토비 삼촌은 독신이다.

의 집 길 건너편에서 충성스러운 하인 트림 상병과 살고 다.

젊은 시절 전쟁터에 나갔던 토비 삼촌은,

'나무르 공략 중에 각보 요새의 흉벽에서 날아온 포탄을 맞고 부서진 돌멩이가 준 타격에 의해서'(89쪽)

큰 부상을 입고 4년 동안 병상에서 힘들게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트림 상병은 군인으 좋은 평판을 받았는데,

부상을 입어  이상 복무를 할 수 없게 되자 마음 따뜻한 삼촌은 그를 자신의 하인으로 고용했었다.


삼촌은,

'평화롭고 온화한 성품을 가진 사람으로 , -그 속에는 불화로 삐걱거리는 요소가 전혀 없었다.-모든 것이 그 안에서 따듯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니, (142쪽)

하여.

'뭔가 충격적이거나 놀라운 일이 생겨 격정이 끓어오를 때면... 릴리벌리로를 대여섯 소절 휘파람으로 부는'(91쪽) 것으로 흔들리는 감정을 혼자 삭힌다.


병상에서 삼촌은 병문안 온 손님들에게 부상 당신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밀덕후가 되어버렸다.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방에 있는 요새들 가운데 삼촌이 통달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삼촌은 이 지역의 온갖 요새들의 지도를 구해 면밀히 공부하고, 지도와 대조해가며 그 일대에서 일어난 공격과 함락, 개량, 증축 등에 관한 기록을 무한한 즐거움을 느끼며 열정적으로 탐독하다 보니 자신의 상처, 자신의 유폐 생활, 자신의 식사는 물론 자기 자신마저 잊고 살았다.(114쪽)


그래서 전술 연구를 평생 붙들고는 기꺼이 탐구하는 삼촌의 '죽마'가 되었으니.

완치가 되지 않은 몸으로 요양하던 런던 형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자신의 시골집으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트림 상병의 도움을 받아 자택 공터에 진지를 건축하고 각종 모조 무기를 제작,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전술 연구에 여전히 몰두 중.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그토록 다정한 토비 삼촌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 자신도 그 잔인한 속성을 잘 아는 전쟁의 전술을,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었다.


토비 삼촌이 열 살 조카의 마음에 깊이 새긴 장면은 이렇.

'어느 날 저녁, 식사 시간 내내 그의 코 주변을 윙윙거리고 다니면서 잔인하게 그를 괴롭혔던 비대한 파리 한 마리를'(142쪽)

잡아서 창문 밖으로 내보내면서 삼촌은,

"... 가거라... 이 세상은 분명 자네와 나를 다 수용할 만큼 충분히 넓지 않은가."(143쪽)



이번에 다시 소설을 읽어보니 그의 '죽마'는, 부상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토비 삼촌의 무의식적인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처에서 벗어나려면 적극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현장으로 가서,

당시의 상황을 대면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그래야 자신의 불행이 수없이 일어나는 인생사의 한 사례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그 시대에는 전쟁이나 죽음에 대해 지금과 개념이 달랐던 것 같기도 하고.

트리스트럼의 아버지는 죽음에 관해 이런 말을 한다.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에 갚아야 하는 위대한 부채이고 공물이야...."(438쪽)


소설은 또 생계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영국 신사 계급의 유머와 지성, '죽마'와  토론 문화를 상상하는 즐거움도 준다.

시대가 막 궁금해져서 역사책을 찾으러 갈 걸.



현실 대한민국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마디.

'학문은 외워서 익힐 수 있지만, 지혜는 그렇지 않다.' (488쪽)


재미있습니다.

아름다운 토비 삼촌을 만나 보세요.

살짝 러브라인도 등장함.


다음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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