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가 되었다

by 기차는 달려가고

엄마가 돌아가셨다.

...


의식도, 감각도 말짱하셨는데.

암세포는 맹렬하게 엄마의 몸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엄마는 또렷한 의식과 예민한 감각으로 당신의 몸이 망가져내리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

숨이 멎는 듯 지옥 같은 통증을 견뎌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엄마를 놓을 수 없어서 엄마 좀 더 버텨주세요.

지금 가면 안 돼, 엄마를 붙들었다.

죽는 건 무섭지 않아, 통증이 무서워.

신음하던 어머니는

잠시 통증이 덜해지면 딸의 손을 잡고

그래도 살아있으니 좋구나, 하셨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였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세상의 격랑을 함께 헤쳐온 삶의 동지였으며.

진실한 벗이었고.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사이좋은 친구였다.

딸을 곁에서 지켜주신 보호자.

동시에 딸의 세심한 보살핌을 필요로 했던 연약한 존재.



딸은 아직 어머니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문득문득 지난 시간이 눈물과 함께 솟구친다.

그때 내가 잘못 판단한 건 아닐까?

그때 병원에 갔더라면

혹은 병원에 가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아직 살아 계실 수도 있지 않을까?

왜 나는 더 잘하지 못했을까!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을 오로지 따스하고 부드러운 사랑과 보살핌으로만 채우겠다고 다짐했지만.

나의 모자람과 어리석음으로 때론 짜증을,

때로는 오판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어머니의 통증을 덜어드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가슴을 후비는 괴로움을 떨칠 수 없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겪어야 했던 지독한 통증에 나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저 곁을 지키고, 손으로 문지르고, 진통제를 꺼내고, 뭔가를 바르고, 등에 쿠션을 고이고.

그렇게 작은 몸짓뿐.

이번 고비만 넘기면 좋아질 거야,

그렇게 공허한 기대로 사실을 가리면서.

우리 엄마를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아직은 가시면 안 된다고 무작정 떼만 썼다.



엄마,

미안해.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를 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많이 부족해...


인생의 쓴잔도 투정 없이 받아들이셨던 온순한 어머니는,

당신의 마지막 고난도 '이것이 내 몫이라면 감당해야지'

순종하셨다.


아버지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딸의 마음에 깊은 아픔이 되었고.

어머니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겪어야 했던 육신의 고통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으로 딸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었다.



상청을 차리고 상식을 올린다.

7일마다 '내 맘대로'의 '재'를 올리면서 엄마가 좋은 곳으로, 정말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시라 기도한다.

'49재'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60년을 아버지의, 어머니의 딸로만 살아온 나.

이제 고아가 된 나.



아빠, 엄마.

당신들의 딸이어서 행복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이 딸이 당신들의 인생에 기쁨이었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안녕히 가세요.

제 안에 있는 두 분의 이름으로 힘껏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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