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여럿이 가끔 만나던 모임이 있었다.
그중에 내 또래 여자 한 분이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사실 문제는 일단락되어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시점이었는데,
그분은 여전히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다른 얘기를 하는 중에도 불쑥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곤 했다.
워낙 차분한 사람이라 절대 격정적으로 분노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답이 없는 남의 개인사를 거듭 듣는 상황이 쉽지는 않았다.
더구나 내가 너그럽거나 소탈한 사람이 절대 아니니.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신세 한탄할 때 내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속사정도 모르면서 무작정 같이 욕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 안 됐다고 위로해주면 나중에 자기를 불쌍하게 여기나 싶어서 또 화날 거 아니야."
하면서,
아무 때나 자기 속상한 얘기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우리 어머니 말씀하시길,
"마음속에 슬픔이 넘치니까 자기도 모르게 새 나오는 거겠지.
몸이 아프면 저절로 신음이 나오잖아.
그냥 가만히 들어만 줘.
언젠가는 나아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겠지."
하셨다.
나는 역시 오래 산 사람이 다르구나, 감탄하면서.
그 뒤로는 성의 있게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다.
가만히 얘기를 들어주라던 어머니도.
인생의 한 고비에서 힘들어하시던 그분도.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지나고 보면 흐르는 물처럼 다 흘려보낼 수 있는데.
살아서는 티끌 만한 괴로움도 쉽게 내버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