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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23. 2020

장조림, 캬!

음식에 관한 단상

옛날 옛적에.

학교에 도시락 싸가던 시절.

지금처럼 밀폐용기도 없고 지퍼백도 없었던.

비닐봉지도 아끼느라 깨끗이 씻어서 몇 번이고 다시 썼던 그 시절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발라, 달군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도마에 놓고 칼로 반듯반듯 잘라서는,

가는소금 솔솔 뿌린 김을.

친구들은 라면 봉지에 넣어 노란 고무줄로 칭칭 감아서 반찬으로 싸오곤 했었다.

대개들 도시락 반찬으로 마른 음식을 가져왔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었으니.


만원 버스에 치이고, 늦었다고 뛰고, 함부로 내던져서 교과서, 공책, 필통과 뒤죽박죽 된 가방 속에는,

반찬통에서 새 나온 국물이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책과 공책, 책가방을 얼룩지게 했다.

특히 흔적이 오래가는 두 가지 반찬, 

김치. 그리고 장조림!



우리 어머니는 국물이 흐를 새라 김치는 국물을 꼭 짜서 잘게 썰어 물기 없이 기름에 달달 볶아주셨고.

소고기 장조림도 간장에서 건져두었다 마른 고기만 쪽쪽 찢어서 반찬통에 넣어 주셨다.

그러면 남은 간장 국물은 어떻게 해결하느냐.


먹죠.

맛있게 먹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허기진다.

뜨끈뜨끈 금방 한 흰밥에,

고기가 조금 남아있는 장조림 간장을 넉넉하게 붓는다.

(채소를 넣고 푹 끓인 장조림 간장은 짜지 않다.)

참기름 몇 방울 똑똑 떨구고.

싹싹 비빈다.

참, 반찬으로 반드시 잘 익은 총각김치,

그리고 반숙으로 익힌 계란 프라이가 있어야지.

김도 있으면 좋고.

얼마나 맛있게요^^



우리 집에서는 소고기 장조림에 삶은 계란은  넣지 않는다.

소고기와 대파, 무, 양파, 표고버섯, 마늘을 듬뿍 넣는다.

양파나 마늘이야 끓이는 동안 뭉개지는데.

흐물흐물 해진 무, 대파, 표고버섯은 참 맛있지.

이런 부재료가 넉넉히 들어가면 설탕을 넣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단맛이 우러난다.


찬물에 고기를 넣고 끓이면서.

끓은 뒤에 채소를 넣고 간장도 여러 번 나눠 넣으면 고기가 부드럽고 간도 잘 밴다.

끓는 중에 마른 고추 두어 개 넣고.

맨 나중에 참기름 조금, 그리고 불 끄면서 식초 몇 방울로 마무리하면 맛이 깔끔합니다.


기름기 적은 돼지고기로 만들면 부드럽다.

소고기 장조림과 미묘하게 다른 식감과 맛.

시간이 걸리고 정성이 필요하지만,

장조림은 특별한 솜씨 없이도 과정만 잘 지키면 잘 만들 수 있고.

또 집에서 만드는 비용과 시장에서 사는 가격 차이가 크다.

요새 시중에서 파는 장조림은 너무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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