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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04. 2021

곶감을 먹으면서

음식에 관한 단상

아주 보드랍고 달콤하며.

말랑말랑한 표면 아래에는 연시 그대로의 쫄깃한 젤리가 담긴.

말간 주황빛으로 크고 모양이 잘 잡힌 고급스러운 곶감을 먹는다.

씨도 하나 없는 이 곶감은,

커다란 열매를 빙빙 돌아가는 기계로 껍질을 깎아내 모양을 잡아가며 말린 것이다,

배도 금세 불러서.

보통 곶감이나 감말랭이를 한없이 먹어대는 나는,

곶감 두 개쯤에 배가 부르는 것 같더니.

세 개를 먹고는 속이 꽉 차 버렸다.

휴.



그러면서  옛날 곶감,

그러니까 쪼글쪼글 바싹 마르고.

거의 까맣게 마른 표피에 하얀 분이, 소복이 내린 눈처럼 덮여 있던.

작고 딱딱한 곶감을 입에 넣고 침으로 한참을 우물거려야 달달한 맛이 우러나오던 그 옛날의 못난이 곶감을 얘기했다.


길쭉하게 마른 곶감이 있었고.

눌러서 동글동글 납작하게 말린 곶감도 있었다.

볏짚으로 묶어서 팔았는데.

겨울날,

한솥 끓여 식혀서는  항아리에 넣어 차가운 바깥에 두었던 수정과를 먹을 때.

딱딱한 곶감을 작게 작게 잘라서 유리컵에 두어 조각 넣고 그 위에 수정과를 부었다.


수정과를 다 마시고 바닥에 남은,

물에 불어서 단맛은 빠지고 물컹해진 곶감 조각.

말린 감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는 그것마저 홀랑 삼켜버렸지.



예전에 시골 오일장에 가면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딴 크지도 않은 감을,

식구들이 둘러앉아 칼로 껍질을 벗겨서는.

처마에 주렁주렁 달아매어 한 계절,

꼬들꼬들 마른 새카만 곶감을 파는 할머니들이 계셨다.

껍질을 되도록 얇게 벗기려다 보니 미처 벗기지 못해서, 빤질빤질 날카롭게 말라버린 껍질 조각이 남아있기도 했고.

뽀얗게 퍼졌던 하얀 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표피에 진득진득 들러붙어서는.

아이고, 깨물면 이가 아프도록 딱딱했었지.


그 옛날 까맣고 딱딱하게 말라버린 곶감을, 감말랭이를.

이제는 어디 가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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