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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30. 2019

식당을 꿈꾸다.

음식에 관한 단상 8

식당 운영을 쉽게 생각해서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은 쉽게 식당이나 할까?-말한다.

문 닫는 식당이 그렇게나 많은데도.


식당은 지금도 많고,

그중 상당수는 아슬아슬한 경영 상태에 있겠지만.

식당업 자체는 확대되는 산업으로 보인다.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횟수가 확연히 줄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라 할 것 없이 외출하는 일이 잦고

돈 버는 일로 바쁘니,

밥 먹는 부분도 점점 가정사에서 산업 분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식당은 오락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매체마다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가 쏟아진다.

음식과 식당에 관한 화제는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예전에는 식당이 집에서 식사할 수 없는 상황,

즉 바깥에 있을 때나 모임, 행사 아니면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특별한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놀이로,

맛있다거나 '핫한'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음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댓글이 주르르 달린다.



단순히 고객 입장으로 봐도 식당 운영이 솜씨만으로 되는 건 아니겠다.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면 식당 주인은 사생활이 없을 것 같다.

노동 시간은 너무 길고,

노동 강도는 세다.

음식을 만들고 가게를 유지하고 손님을 접대하는데 드는 체력과 신경 소모가 어마어마해 보인다.

오랫동안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진정 이 식당에 '내 인생을 바쳤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



식당과 고객은 음식과 계산서에 의해 성립되는 냉정한 관계이다.

고객은 끌리는 음식과 가격 사이에서 갈등하고.

식당은 받을 수 있는 가격에 음식의 양과 질을 맞추는 서커스를 한다.

좋은 재료와 철저한 위생은 모두 비용이다.

식당은 고객이 부담하는 선으로 비용을 맞출 수밖에 없겠지.

고객은 불안하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되는데,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의 이면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구나.



식당이 다양해지면 좋겠다.

노인이나 아이들, 건강이 안 좋을 때 -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라든가.

채소 음식을 다양하게 내놓는 식당이라든가.

모든 고객의 입맛에 맞추려 들지 않고 주인의 주관과 맛을 옹골차게 밀어붙이는 식당도,

주인 사정에 따라 일주일에 2~3일만

또는 점심이나 아침에만 문을 여는 식당도,

음식이 좋다면 살아남았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집밥처럼 먹을 수 있는 동네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자신 있는 몇 가지 메뉴를

월 별로, 계절마다 바꿔가면서.

내 집에 온 손님 대하듯 편안한 가운데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내주는.

묵묵히 단골손님이 좋아하는 밑반찬은 슬쩍 더 담아 주는, 그런 츤데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환한 웃음을 보이지만,

절대로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고객은 식당 주인의 피곤한 모습을 걱정하고.

식사를 마친 뒤 치우기 쉽게 상을 정리한다.

계산을 하면서 운영은 괜찮은지 염려하고.

다음에 나올 식단을 기대한다.

그렇게 서로 보살피는 마음이 중요하다.


일이 힘들어 유난히 배가 고픈 날,

마음이 쓸쓸해 온기가 그리운 날.

발길이 저절로 향하는 우리 동네 그 밥집.

그렇게 식당이 감성의 영역까지 확장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밥은 우리 생명의 기반이기 때문에.

밥은 따스하게 주고 받아야 한다.




추신:

그동안 제 글을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구석에 있는 글,

구독해주시고, 라이킷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깊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 한 해 좋은 시간이었기를.

새해는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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