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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28. 2019

모든 것은 변해간다.

음식에 관한 단상 7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해간다.

속도와 폭과 방향에 편차가 있을 뿐,

흘러가는 강물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은 꿈틀거리며 어디론가로 움직여간다.


매일 받는 밥상은 그게 그거 같아도,

우리가 먹는 음식은 꾸준히 변화해왔다.

우리 집에서도 개인적인 요인에 의해서나

사회적인 변화 선상에서나,

밥상의 내용과 형태가 계속 바뀌어왔다.

지금은 가정에서도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같은 음식 밑재료들은 직접 만들지 않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찬도 외식이나 배달, 반찬가게 이용이 점점 늘어난다.

방금 만든 따듯한 밥상에 온 가족이 둘러앉는 풍경은 점점 줄어든다.

따로따로,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 먹는 장면이 드물지 않다.

달라진 생활 방식은 밥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밥상에 오르는 음식도 나날이 달라진다.

밥그릇 옆에 나란히 자리하던 국이나 찌개, 갖가지 김치는, 이제는 필수가 아닌 선택.

식구가 많았을 때는 수북이 담긴 반찬 그릇이 상에 주르르 놓여 있었는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이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 그릇 음식 또는 반찬을 한 접시에 담아 먹는 간편식이 늘어나는 동시에,

고기나 해산물로 만든 든든한 주요리가 강조되기도 한다.

다른 나라 음식, 새로 개발되어 식당에서 인기를 끄는 음식을 집에서 따라 하고.

그릇에 음식을 담는 방식, 상 차리는 방식도 다른 문화권과 상업적인 유행의 영향을 받는다.



즐기는 식재료도 달라졌다.

어른들은 건강을 위한 식단에 신경 쓰면서 '슈퍼 푸드'가 기획되어 소비된다.

약 섭취하듯, 음식과 건강에 관한 온갖 정보들을 밥상에서 실행한다.

반면에 젊은 층에게는 진득한 육류와 유제품을 듬뿍 넣은 음식이 환영받는다.

음식이 사진과 SNS와 결합하면서 아주아주 매운맛, 색감과 모양이 근사한, 예쁘게 담긴 음식. 'Hot'한 식당을 찾아가는 놀이를 즐기고.

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밥상은 재미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요새는 집으로 손님을 부르는 일도 줄고,

더구나 집에서 요리를 해서 손님을 치르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가끔 인터넷에 손님상이라고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음식을 대하는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비싼 재료로 여러 가지 음식을 많이 차리지 않는다.

보기 좋은 색감과 상차림에 신경을 쓰고 음식의 종류와 양은 줄어들었다.

손님을 '대접한다'가 아니고,

'함께 밥상을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



우리 어머니는 고기는 꼭 양념해서 요리하셨다.

70년대에 우리 가족은 무교동에 있던 ('낙화암'이 던가) 숯불구이 집에 자주 다녔는데,

'소금구이'가 주메뉴였다.

지금 흔하게 먹는, 소고기를 숯불에 구워서 소금을 넣은 참기름에 찍어 먹는 음식이었다.

(그 집 파절이가 참 맛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식이었고,

어머니는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생것 그대로 불에 구워 먹는 건 요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내가 살림을 맡고 나서 손이 가는 고기 양념이 귀찮아,

또는 고기를 삼켜대는 조카들이 오면 등심이나 삼겹살을 구워주는데.

어머니는 끝내 양념하지 않고 불에 굽는 고기와는 친해지지 않으셨다.


거리의 식당들을 보아도 그렇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음식들을 보아도 삼겹살, 치킨을 참 많이 먹는구나, 싶다.

지금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음식들이

앞으로도 계속 대세를 지켜낼지,

아니면 고정적인 지위는 유지하되 새로운 다른 음식에 스타의 지위를 내줄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밥상이 변해가는데도 식단이 한결같은 곳이 있다.

병원 환자식은 여전히 밥, 국, 김치, 채소와 고기 또는 생선 반찬 몇 가지.

하루 세 끼, 1년 내내 변함이 없다.

매 끼니마다 다른 반찬으로 식단을 짜는 일이 대단히 수고스러울 텐데,

환자들은 각자의 입맛대로 따로 음식을 준비하고

신경 쓰고 공 들인 병원 음식은 많이 남는다.

달라질 수 없을까?

그 많은 각양각색의 환자에 맞추려면 개별 병원 단위로는 어렵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환자식 개선 프로그램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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