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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an 03. 2020

찌개는 맛있어!

음식에 관한 단상 9

음식에 관한 이야기는 넘치지만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경우는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집에서는 되도록 간단한 음식, 손이 덜 가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다.

더구나 아파트 생활은 냄새나는 음식, 판을 크게 벌리는 일거리는 피하게 만드니,

갈수록 생활이 축소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막상 하면 못할 것도 아니던데 생각만으로 미리 힘들어지는 건 왜일까?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 음식은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하고 그 재료 손질이 번거롭다 보니,

직접 만드는 일은 점점 뜸해진다.

(원래 음식이라는 게 불 쓰는 건 잠깐, 먹는 건 순간, 재료 준비가 '거의 다', 임)

국물에 염분이 많아서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장도 있고.

하지만 외식으로 국물음식은 꽤나 인기가 있다.

수많은 국밥집과 탕, 전골 메뉴들을 보라.

맛있는 국물 음식이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밥은 곁들여 먹는 반찬이 맛있어야 잘 먹힌다.

반찬이 마땅치 않으면 후루룩 삼킬 수 있는 국수나 빵으로 식사를 '때운다'.



우리 집에서는 고추장찌개를 잘 먹었다.

그때그때 소고기, 무, 두부, 감자, 양파, 버섯, 호박, 고추 같은 여러 재료들이 들어가는데,

그릇에서 고기만 쏙쏙 뽑아 먹다가 한소리 듣기도 했다.

김치와 돼지갈비를 달달 볶아 갈아놓은 콩을 넣어 푹 끓이는 비지찌개는 늘 인기였고,

김치찌개야 물론.

아, 시래기 넣어 자작하게 끓이는 게 찌개는 나의 최애 음식!

친가가 충청도 출신이라 콤콤한 청국장도 잘 먹었다.

(요건 우리 어머니가 좀 취약한 부분)

생선찌개도 상에 자주 올랐고.

우리나라 대표 선수인 된장찌개는 우리 집에서는 그리 환영받는 음식은 아니었다.

대신 고추장찌개에도, 게 찌개에도 양념에는 고추장에 된장을 조금 섞었다.

그래야 고추장 맛이 중화가 된다고.



찌개가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머니가 식사에 곤란을 겪으시면서 어머니 위주로 음식을 하는데.

가끔 내 밥을 따로 할 때가 있었다.

나도 남은 음식을 줄곧 먹는 사람이 아니라서 반찬을 한꺼번에 여러 가지 만들 수가 없었다.

(안 먹고 버리는 건 또 엄청 싫어함.)

그럴 때 찌개 종류는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이용할 수 있고,

혼자 먹기에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간을 심심하게 해서 국물 양을 줄이면 고기, 생선 같은 각종 해산물, 여러 가지 채소에 두부, 버섯.

다양한 재료를 냉장고 사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이용할 수 있고,

그래서 동식물 영양분을 한 그릇으로 섭취할 수 있다.

든든한 찌개가 있으면 반찬이 허술해도 밥이 잘 먹힌다.

찌개는 혼밥에 장점이 있더라.



오늘 나는 먼저 멸치와 건새우, 표고버섯, 양파, 다시마, 대파, 무를 넣어 육수를 끓였다.

그리고 종종 썬 양파와 청양고추, 마늘, 무에 육수를 부어 끓이다가 된장을 조금, 고추장을 적당히 풀고.

호박, 느타리버섯, 파, 두부, 소고기,

마지막에 조개관자를 넣어 찌개를 끓였다.

간을 보아 고춧가루 살짝.

처음에는 찰랑찰랑 국물과 건더기를 그릇에 덜어 먹었다.

기름에 살짝 볶은 죽방멸치, 계란 프라이, 오이지를 곁들였다.

저녁에는 옴폭한 접시에 뜨거운 밥을 담고,

위에 찌개 국물 조금, 건더기는 잔뜩 얹어서 덮밥으로 먹는다.

김과 열무김치를 곁들였다.

진득하게 끓인 찌개는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재료 서로서로의 맛이 각 재료에 잘 배어있다.


끄윽, 만족스러운 포만감.

입안에 남아있는 감칠맛은 보리차 한 컵으로 지우고.

과일 몇 조각으로 입가심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국물 음식에 건더기를 잔뜩 넣었는데,

보니까 다른 데서는 국물을 많게 건더기는 적게 끓이더라.

나중에야 다른 집에서는 건더기보다 국물이 많게 찌개를 끓이고,

우리  집 국물 음식이 건더기가 유난히 많다는 걸 알았다.

음, 사람은 자기 위주로 세상을 판단한다.



아, 그리고 항상 궁금한데요.

찌개나 국에 들어가는 채소는 그렇게 오래 끓여도 영양소 파괴가 없을까요?

맛있게 먹으면서 내 몸에 영양가가 제대로 들어가나?

걍 껍데기만 먹는 거 아님?

갸우뚱, 합니다.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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