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지낸 우리쯤의 나이라면.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살아온 듯 보이더라도 세상이 그리 별천지는 아니라서,
사뿐사뿐 꽃길만 걷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별꼴을 겪으면서 인간의 본질과 나의 한계를 돌아보고.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다른 누가 나의 구원자가 되어주려니, 하는 환상은 많이 깨졌어야 한다.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이미 결혼에 가졌던 환상과 현실이라는, 하늘땅만큼의 거리는 잘 알고 있겠지.
음, 그런데 결혼과 상관없이 살아온 내가 보기에는.
오직 자신의, 이번 결혼에 대한 환상만 깨진 것 같다.
하필이면 이 사람을 만나 내가 이렇게 힘들다, 고 여기는 듯도 보인다.
남들은 다 운이 좋아서 잘 사는 것 같고.
그래서 자식들에게 결혼에 관한 이런저런 조건을 주르르 읊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꿈같은 기대를 여전히 품고서.
(물론 대단히 좋은 관계를 이루어 잘 살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금 우리 또래는 은퇴를 하고.
자식들은 결혼을 하네마네, 독립을 하네마네, 하는 나이가 되었다.
여기저기 몸은 고장 나고 척척해내던 살림은 영 시들하다.
게다가 '웬수'같은 코로나 19로 밖에도 못 나가, 사람도 못 만나.
부글부글 속이 끓지.
공동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하더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마지막까지 가고 싶지 않고.
대부분에게 있어 실버타운은 차선책이랄까, 마지막에는 할 수 없이 가겠지.
그전에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살아볼까?
하는 기대가 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구체적인 방식을 찾아 우리는 지금 기어 체인지를 해야 할 시점에 왔다.
공동생활을 꿈꾸면서 다들 지금 자신이 겪는 불편을 개선하려 든다.
수입이 줄었으니 비용은 적게 들이고.
각자 하루 세 끼 먹고 치우는 번거로움도 줄이고.
솜씨 좋은 누가 맛있는 밥상을 차려준다면,
호호, 얼마나 좋을까!
혼자 있으니 외롭네,
심심하지 않으면 참 좋을 텐데.
아플 때 누가 들여다봐주고 병원이라도 같이 가주면 참 의지가 되겠지?
이렇게 누가 나를 위해서 해 주었으면, 하는 리스트를 키우면서 공동생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인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이런 것들을 기꺼이 해주겠다고 마음먹어 공동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받기를 원하는 바로 그것을 다른 사람도 받으려 들 텐데.
내가 나를 위해 하는 동작에 10의 수고로움을 느낀다면,
남을 위해 그것을 할 때는 20, 30의 수고로움을 느낀다.
그것을 받는 입장에서는 기껏해야 5나 쳐줄까.
이런 입장 차이도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겠지.
가족 포함,
모든 인간관계는 마음도, 물질도, 가르침과 배움도, 주거니 받거니.
내면에서 좋은 느낌이 저절로 우러나야 원만하게 이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얕은 기술과 겉치레 매너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려 들지 말자.
결국은 진심과 인간 됨됨이가 인간관계의 기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건을 살 때는 가져서 좋을 것만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으로 내가 좋을 것을 따진다.
결국 나 좋자고 하는 일일 뿐.
공정한 대차대조표를 만들기란 꿈같은 얘기다.
청년들, 노령층을 위한 공동주택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주거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공동생활은 서로의 부족함을 돕고 여러 에너지를 줄일 수 있을 테니 마땅히 논의하고 실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
공동생활의 장점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그 이점을 누리려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부담과 책임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다짐해야겠다.
누구나 자기 본위로 생각한다는 점.
사람은 비슷한 듯 그러나 엄청나게 다르기도 하다는 점.
더구나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도 입장이 달라지면 무섭게 다른 사람으로 변하기도 한다.
강력한 규율이나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고.
내가 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으면 타인과의 공동생활은 쓰라린 실패가 될 것이다.
뭔가 상황이 내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싶으면 금방 입이 댓 자로 나와서는 남들을 원망하고, 정책이 실패라 비난하면서.
나의 이익을 위해 손해 볼 또 다른 누가 없나, 두리번거리겠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그에 적절한 생활 방식을 찾아내자.
하긴 인간이 살면서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더라.
대부분 자신이 던져진 환경에 적응하려 발버둥 치지.
아, 쫌 슬퍼지는데.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노력이 곧 타인을 짓밟고 나의 이득만 챙기려는 사나운 투쟁은 아니다.
너도 나도 서로 좋도록 우리는 여러 시도를 해봐야겠다.
서로 Win Win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 것.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고 세상살이에 덜 찌든 청년들의 공동생활이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노인이라고 모두 인품과 사리분별을 갖추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살아온 세월,
마음에 쌓인 상처가 누적되어 있고
신체는 미력하나 욕심은 여전하며,
쾌차하지 못한 심신으로 금세 피해의식이 폭발하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