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기온이 뚝 떨어졌다.
더 추워진다기에 서둘러 도서관에 갔다.
오랜만에 도서관이 문을 열어서
서가를 둘러보며 직접 책을 고를 수 있어 기뻤다.
돌아올 때는 어스름해지는 시간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참이었다.
뒤에서 부는 세찬 바람에 몸이 밀리려 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뒤편에
하늘하늘 봄치마를 입은 처자가,
히잉 추워잉~ 남친에게 안기더라.
날씨에 맞지 않는 얇은 치마가 세차게 펄럭거렸다.
(추운 날- 옛날 생각- 남녀- 외투...
머릿속에서 몇 개 단계를 펄쩍펄쩍 뛰어넘어서)
언제더라.
추운 날 거리를 지나다가 내가 혼잣말로 추워, 했더니.
옆에 있는 남자 사람이 곁눈을 가늘게 찢어 나를 보면서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듯)
가만히 외투를 꽁꽁 여미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름 찌질함을 가장한 유머.
내가 뭐라 응답했는지,
그가 누구였는지도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 장난스럽던 몸짓은 생각이 났다.
풉,
시간이 흘렀고 과거는 그저 풍경이 되어 간혹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 풍경에 당시 내가 가졌던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끈적끈적 일체가 되어있던 뒤엉킨 감정은 허물처럼 벗겨지고.
담백한 풍경만 희미하게 남았다.
그래서 좋다.
지나간 시간은 그 시절에 놓아두고,
나는 지금 나의 시간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