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해서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도통 모르겠으니까.
내 주머니에 당장 쓸 만큼만 있으면 딱 좋다.
지나치면 무겁다.
막 털어버리고 싶어 진다.
음, 털어버릴 만큼 무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혹시 무거워질까 봐,
미처 무겁기도 전에 무게를 탈탈 덜어내기는 했던 듯.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돈을 아낀다.
돈을 아껴야 한다, 는 생각은 동서고금,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관통하는 것 같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려니까 다들 수입과 지출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만 각자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자신의 방식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타인의 방식은 납득하지 못하지.
객관적으로 상당한 부자인데
고급식당에서 특별행사로 테이블 당 무료로 서비스하는 샐러드를 하나 더 얻어먹겠다고.
한 가족 네 명이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남인 척해서
무료 샐러드 두 접시 받아먹었다고 기뻐하더라.
나는 그렇게까지 하면서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느니 집에서 남은 밥 먹는 게 맘이 편하다.
꼼수로 더 얻은 샐러드 한 접시가 내게는 몹시 불편할 것 같다.
마트에서 하루 지난 과일이나 채소를 싸게 파는 알뜰코너를 열심히 기웃거리는 게 나의 알뜰 방식이다.
아니면 어느 부분 아예 소비를 안 하거나.
딱 필요한 그 순간만 돈에 관해 생각하려 한다.
안 그래도 돈 문제는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데,
돈이 내 머리나 마음의 전면을 차지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돈을 두고 남과 벌이는 신경전도 싫다.
예전에 우리나라 시장에 정가가 없이 서로 흥정하는 방식이었을 때 참 피곤했었다.
내가 자랐을 때는 정가가 정착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도 액수를 두고 밀고 당기는 분야는 있다.
몇 번 이사를 하면서 비용 문제에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다.
인건비는 깎지 않는다.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면 청구액을 되도록 맞추려 한다.
자존심 있는 전문가라면 받은 만큼은 하겠지, 믿고 싶다.
입씨름해서 비용을 얼마 깎았다한들 딱 받은 그만큼만 하지 않겠는가.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고 그만큼의 질을 요구하려는 것이다.
대신 유통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다.
가구를 맞춘 적이 있는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주문하고,
목재 같은 재료비를 먼저 지불하는 대신 총액을 깎았었다.
식료품이나 세일하지 않는 생필품 말고는 거의 다 시즌 끝나서 가격을 내린 상품으로 고른다.
요새는 단지 필요해서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쇼핑이 시간 보내는 심심풀이 또는 취미생활의 영역이 되었다.
그러니 욕심나서 샀다가 일단 물건을 손에 쥐면 욕망의 거품이 사르르 꺼져버렸으니,
온갖 트집을 잡아 판매자를 탓하면서 환불받는 소비자도 있다지.
에휴,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
물건 값을 되돌려 받기 위해 싸우고 화내면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에게도 화가 된다.
보다 더 건설적으로 그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도 있을 것을.
돈 문제라면 취미 비용이었다 치고 중고로 싸게 되파는 방법도 있지.
물론 물건이 잘못되어 반품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신이 주문한 물건을 제대로 받았음에도 단순 변심으로 반품하는 경우를 지적하는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자와 직거래를 한다고 무조건 싸지는 않다.
농사짓는 분이 소비자들과 직접 거래를 하려면,
주문을 받고, 소용량으로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는 데에 따로 인건비가 지출된다고 한다.
더해서 소비자들의 많은 요구에 일일이 응답하는 것도 생산자로서는 대단한 감정 소비라고.
그러니 생산자 직거래라고 해서 농민들이 개별 소비자들에게 생산자 가격으로 팔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일단 산 물건이라면 잘 손질하고 아껴주면서 오래 쓰자.
식품이라면 버리지 말고 끝까지 맛있게 잘 먹고.
생활용품이라면 제대로 만든 물건을 제값 주고 사서 반질반질 손때를 묻히면서 오래오래 쓰자.
나와 긴 시간을 함께 하면서 내 생활을 도와주는 물건들에게 참 고맙다는 마음이 들더라.
인생의 동반자가 별건가.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주는 물건들에게 진심,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여튼 소비생활에서 내 원칙은 이거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서로 Win Win.
사방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물건이 넘치는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물건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을 다르게, 더 긍정적으로 배출하도록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하고 싶은 말이 뭐였더라?
횡설수설이 되어가는군.
하여튼 내 경험으로 조언한다면,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 항목을 줄이는 편이 효과가 있더라.
남들 하는 거, 욕심나는 거 다 하면서 지출 총액을 줄이려면 계속 쪼들리면서도 사람이 치사해진다.
눈 딱 감고 어느 항목을 지출에서 아예 없애버려야 총액이 준다.
뭘 줄일까.
가계부에는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방향이 담겨있다.
소비 방식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나도 가계부를 써볼까.
남의 가계부 구경하기는 재미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