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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24. 2021

숲 속 오두막

활자로 만난 인물들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글, 그림. 정은석 옮김, 더숲



이어서 다른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

저자가 숲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던 시기를 다룬다.


이전에 읽었던 [산파 일기]의 마서 밸러드가 18세기에 살았던 메인 주 오거스타.

그곳에서 북쪽으로 한참 더 들어가는,

'산 정상의 암벽 위에 자리한(86쪽),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177쪽)'되는 숲 속의 통나무 오두막집으로.

저자는 혼자 살러 들어온다.


추억이 생생한 친구네 농장은 흔적만 남았.

주변에는 사람도, 집도 없다.

우물도 90미터를 내려가야 하는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통나무집에서 저자는,

온갖 풀과 나무와 새와 벌레들과 동물들과 함께 하며 이들의 생태를 연구하고.

삶을 관조하는 고즈넉한 나날을 보낸다.

인간이라는 생체기관을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수고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이지.



여름날의 숲, 빗방울 합주곡을 들어볼까.


먼저 하늘이 어두워진다. 그런 뒤에 멀리서 우르릉 대는 소리가 들린다. 우르릉 소리는 점점 커지고 검어지는 하늘 사이사이에는 번갯불의 번쩍임도 보인다. 바람이 거세지다가 사그라진다. 지붕 위로 비가 몇 방울 떨어진다. 점점 더 양이 많아진다. 이제 천둥소리는 금속 지붕 위를 때리는 듯한, 수백만의 빗방울이 동시에 그리고 잠깐 끊겼다가 다시 떨어지곤 하는 소리 때문에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빗방울 소리는 커졌다 작아졌다 다시 커지고, 지붕을 따라 흐르는 빗물이 땅에 떨어지면서 또 다른 고요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바람이 조금 불기 시작하고 아주 가끔 멀리서 번갯불이 하늘 전체를 밝히고 있다.(84, 85쪽)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맥주를 만든다.

때때로 자식들이나 친구들이 놀러 온다.

함께 잼도 만들고 고기도 굽지.

같이 단풍을 즐기고 사슴 사냥도 한다.


매일 길을 바꿔 달리기를 하거나 걸으면서 숲을 관찰하고 동물들을 살핀다.

풀도, 개천도, 하늘도, 벌레도.

온통 연구할 거리들.

호기심이 샘솟고,

더, 잘 알고 싶은 것들은 넘쳐난다.


이러한 사실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냥 책에서 배우는 것과 다르다. 발견하는 것은 진짜로 내 자신이 알게 되는 것이고 그러한 과정은 아주 즐거운 것이다.(199쪽)


외로움이 밀려들 때도 있다.

장작을 패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은 아깝다.

까맣게 떼를 지어 공격하는 날벌레들은 난처하지.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매 순간 변화하는 숲을 바라보고.

호숫가를 달리거나 버려진 과수원의 흔적을 걸으면서.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눈여겨 살펴보는 저자의 반짝반짝 활기찬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렇게 흡족하니 숲으로 돌아올 수밖에.



음, 책을 읽다 뜨끔해진 일화 하나.

우리는 문제의 초점을 잘맞출 때가 있다.

늘 그러는 사람들도 많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고래고래 목청을 드높이는 작자들을 종종 마주친다...


.... 암놈 제비가 그때 둥지에 있었는데 구더기들 위에 앉은 채로 있었다. 난 암놈을 끄집어내고 녀석과 새끼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양분을 섭취하고 있던 구더기들을 제거했다. 여름 내내 녀석은 내가 보고 있지 않으면 꼭 내 머리 뒤통수로 바짝 다가와서 시끄럽게 날곤 했다..... 놀랍게도 사람을 잘 구별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똑똑해서 상대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알지 못한다.(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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