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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량 창고

혼자 살아요

by 기차는 달려가고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이 육십이 되어 비로소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나는 밥상에 과도한 애정을 쏟는 사람인데,

1년 넘게 혼자 밥을 먹어보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오네.

주요리가 꼭 있어야 하는 입맛이라 만들고 먹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걸린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하지 않으면서 종일 먹기만 하니 지방이 불룩불룩, 제멋대로 들러붙더군.


그, 래, 서, 결심했다!

간소하게 먹자.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 막 떠들 거임~



어머니 병세가 심해진 뒤로 어머니 밥상과 내 밥상이 따로 준비되었는데,

그래도 집에 식구가 있느냐 여부가 참 다르더라.

완전히 혼자 밥을 먹게 되니 식재료 소비량이 확 줄어서 평소처럼 다양한 품목을 넉넉하게 갖고 있을 수가 없게 되더라.

뭘 사려고 손이 나갔다가도 이걸 언제 다 먹을 수 있을까, 망설이게 되고.

대량 구매가 아무리 싸다 한들 나눌 사람이 마땅하지 않으면 포기한다.

그래서 인터넷 주문보다 직접 매장에 가서 소량으로 식품을 사는 습관이 붙었다.


산책 삼아 거리를 걷다가 마지막에 마트에 들린다.

먼저 알뜰 구매 코너에서 살게 있나, 찾아보고.

한 바퀴 돌면서 당장 먹을 과일과 채소, 두부나 해산물, 고기를 조금씩 산다.

한 달에 두세 번은 큰 장을 본다.

비누나 치약 같은 생필품과 쌀이나 누룽지 같이 한동안 두고 먹을 식료품을 구입한다.

그래서 늘 쟁여놓는 식재료를 써볼까?



계란과 김은 간단하게 끼니를 채우는 혼밥의 필수 품목이더라.

예전에는 다른 요리에 넣느라고 계란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삶거나 프라이를 하거나 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또 김도 맨 김을 사서 직접 기름 발라 구웠는데,

지금은 트레이 없이 납작하게 포장된 구이김을 산다.

부피가 크면 자리만 차지하거든.

묶음으로 팔기 때문에 양이 너무 많아서 무조건 나눈다.


파프리카를 좋아한다.

향긋하고 아삭아삭한 파프리카는 날것으로 우걱우걱 잘 먹는다.

한 주머니 사도 며칠 괜찮다.

과일 중에 사과는 필수.

작년에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좀 높다.

그냥 과일로도 먹고, 샐러드에도 넣는다.


미역도 오래가는 저장 식품.

국을 끓이고 찌개에도 넣지만.

물에 불려 싹 씻어서 살짝 데쳐내 초고추장을 뿌려먹으면 입맛이 돈다.

토마토와 오이에 미역을 더해서 간장 베이스 드레싱으로 샐러드를 만들면 입이 참 상쾌하다.

간편하고 쉽고 저렴하며 필수 영양소가 있는 좋은 식품.


고구마, 감자.

고구마는 굽거나 찌거나.

또 밥을 할 때 넣기도 하고.

날 것으로 먹거나 샐러드에 넣는다.

감자는 삶아서 버터, 치즈와 먹기도 하고.

기름을 넉넉히 둘러 노릇노릇하게 구워내거나.

삶은 계란이랑 같이 으깨어서 다진 채소, 마요네즈 등등과 샐러드로도.

뿐인가.

채를 쳐서 볶아도, 깍둑 썰어서 소고기와 졸이기도 하고.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을 부치면서 앗, 뜨거! 날름날름 먹는다.


참치와 스팸 같은 통조림도 저장하는 품목이다.

호불호를 떠나 먹을 일이 생긴다.

샐러드, 찌개, 볶음밥에 꽤 유용하거든.

이런 품목은 대부분 가정에서 상비할 것이다.



냉동실에 황태채를 구비해둔다.

국이나 찌개, 라면에도 넣고.

아주 잘게 뜯어서 북어보푸라기를 만들고.

그냥 손에 들고 고추장에 콕콕 찍어먹어도 맛있지.


육포도 산다.

잘게 잘라서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먹는다.

배는 고픈데 마땅한 반찬도 없고 피곤해서 손가락도 까딱하기 싫은 날.

육포에 즉석밥, 김과 볶음 고추장으로 한 끼 잘 때웠다.


서리태도 종종 사는 품목.

물론 잡곡밥을 짓기도 하는데,

가끔 물에 소금만 조금 넣고 푹 삶아서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단백질아, 내 몸에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되렴.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얇게 저민 감자와 마늘은 필수지.

그런데 생마늘은 저장성이 그리 좋지 않다.

남으면 다져서 냉동실에 소분해두거나.

마늘 편으로 말린 또는 다짐 마늘을 큐브 모양으로 해서 말린 건조마늘을 산다.

국이나 찌개, 볶음에 아쉬운 대로 쓸만하다.


양파, 당근도 자주 먹는데 오래 두면 상하거나 마르거나 맛이 떨어진다.

비싸도 소량 구매.

산 뒤에는 열심히 먹어댄다.

샐러드와 볶음에는 필수라 늘 집에서 밥을 해 먹는다면 한 봉지 사도 괜찮아요.


더해서 당면.

소고깃국이나 고추장찌개에 넣어 끓이면 맛있고,

고기, 버섯, 채소랑 볶으면 한없이 먹는다.

선반에 넣어두어도 오래가고,

물에 잘 불리기만 하면 손쉽게 요리할 수 있지.

그러니 버섯이 필요하다.

말린 표고버섯 한 봉지 사서 주변이랑 나눈다.

오래 두면 좋을 게 없으니 되도록 빨리 먹는다.



라면은 잘 안 먹는 편이다.

가끔 라면사리는 사둔다.

라면사리는 삶아서 건져내 비빔장으로 비벼먹거나.

시중에서 파는 파스타 소스로 볶아먹는다.

아가들 용으로 나오는 짜장 같은 여러 맛의 소스가 있는데,

인스턴트 음식의 들큼하고 짠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아가들용으로 나온 싱거운 레트로트 식품 맛이 깔끔하더라.


떡국떡과 만두도 있지.

사골국물 진액으로 간단 떡국을 끓여먹고.

떡볶이를 하거나.

김치찌개에 넣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김치가 있구나.

나는 밥상에 김치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입맛인데,

확실히 김치가 있으면 밥 먹기가 수월해진다.

결론은,



김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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