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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19. 2021

참말로 인생은 모질더라.

활자로 만난 인물들

[중세의 뒷골목 풍경], 양태자 지음, 이랑 북스



꽤 오랫동안 근대 시기에 빠져있었는데.

갑자기 중세시대를 알고 싶어 졌다.

이것저것 자료를 는데 손에 쥘 수 있는 분량은 많지 않다.

시대가 많이 지났고.

기록이 있다 하더라도 부분적이며 보존 문제도 있겠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서양 중세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서 일지도.


화나 게임에서 서구 중세시대가 종종 배경이 되기도 한다는데,

고증에 얼마나 충실한 지는 모르겠다.

성곽, 기사, 교황, 전쟁 같은 몇 가지 흥밋거리 키워드로 우리가 잘못 해석하는 부분많을걸.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다른 시대, 보통사람들의 삶을 정확하게 알기는 힘들어 보인다.

보통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적을뿐더러.

권력 위주로 세상은 돌아가고 세계는 해석되거든.



언제는 살기 좋았겠냐만.

중세시대 보통 사람들의  삶이란 참으로 고달팠을 것 같다.

교황들은 얼마나 타락했는지.

귀족들은 어찌나 사치했는지.

권력자들은 이권 때문에 툭하면 전쟁을 일으키고.

이런 권력자들의 행태를 보통사람들이 뼈를 깎는 노동과 허망한 죽음으로 뒤치다꺼리해야 했다.


사는데 지치고 신이 외면한 사람들은 서로를 마녀라 모함하여,

마녀사냥에 5~6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십자군 전쟁에 희생이 지나쳐 사람들이 원정에 회의를 느끼자 아이들까 동원한다.

하늘의 계시라면서.

희망 없이 고달프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종과 양치기 같은 어린 소년 수만 명은,

영광을 꿈꾸며 맨몸으로 예루살렘을 향한다.

이들은 하염없이 걷다가 배고픔과 추위, 풍랑으로 죽고.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다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한다.

간신히 살아남았어도 다시 예전 처지로 되돌아갔지만,

이들은 행군을 통해 갇혀있던 좁은 테두리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기회는 되었다.



책에는 왕부터 길거리 인생들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지극히 단편적인 일화들이다.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광장에서 사람들을 공개 처형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축제처럼 이 잔인한 구경거리를 즐겼단다.

여행 중에 보았던 햇볕 좋은 광장에는 그런 사연도 있었던 거였다.


전문적인 사형집행인이 있었다.

집안 대대로 대물림되었거나,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마이스터 자격증을 따는 전문직이었다.

하지만 최하층 천민 신분으로 일반 사람들과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차별을 받았다.


외딴 주거지에 따로 살아야 했고 일반 사람들과 밥도, 술도 함께 할 수 없었다.

사형집행인은 동물 박피공 출신과만 결혼할 수 있었으며.

아이를 낳을 때도 산파를 부를 수 없었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만 놀아야 했다.



이토록 극심한 차별과 경멸을 받았지만 이들은 부수입이 많았단다.

인체에 대한 지식이 있었고,

사체에서 뽑아낸 재료로 특별한 연고를 만들어 환자를 치료했다고.

때로는 시신을 매매도 하고.

미신에 편승해 사체를 이용한 부적 등 여러 가지 돈벌이를 했다.

독일의 마지막 사형집행인은 단두대에서 3,000명이 넘는 사람을 처형했다는데.

누가, 무얼 근거로, 어떤 절차를 통해 그렇게 많은 사형 판결을 내렸는지.


독일에 이런 말이 있단다.

'좀도둑은 사형당하고, 큰 도둑은 제 발로 걸어 다닌다'(45쪽)

에휴.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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