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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y 20. 2021

서로 믿고 서로 돕고

활자로 만난 인물들

[중세의 여인들], 아일린 파워 지음,

이종인 옮김, 즐거운 상상




내친김에 중세시대를 다룬 책 한 권 더 읽어보자.

저자인 아일린 파워는 촉망받던 중세사가로,

1889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1940년 갑작스러운 사망까지,

중세 사람들의 삶과 경제사 주로 연구했던 것 같다.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기사가 있고.

기사는 아름다운 귀부인에게 사랑과 승리를 바친다는 문학적 판타지가 있다.

 기독교 신앙은 동정녀 마리아를 숭배했다.

반면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처럼 여성을 혐오하는 금욕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실제 중세시대 여자 대다수의 삶은 어땠을까?



연애는 중세사회의 결혼 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봉건사회에서 결혼은 땅의 이해관계에 따라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54쪽)


때때로 어린 상속녀는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꼬리표처럼 이 남편 저 남편에게 돌려지다가, 결혼 적령기에 도달하기도 했다.(79쪽)


사랑의 감정은 결혼생활과 무관했다.

문학작품에 그려진 귀부인을 향한 기사들의 열정은 소수의 귀족들에게만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귀족들도 실제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실천했는지는 사실 모르지.


기사도의 숙녀는 아름답고 우아한 인물이지만, 궁정이나 대귀족의 성을 제외하고 실재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미지는 로맨스에서 따온 것이고, 중세의 낭만적 서사시는 오늘날의 로맨스 소설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도피였다. (74,75쪽)



법적으로 아내는 남편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었지만.

저자가 파악한 실제 사례들은 부부의 동지의식을 보여준다.

격랑이 이는 다사다난한 인생길을 건너가려면 부부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중세 사회의 법률과 구조 속에서 상류계급의 여성들은 일차적으로 지주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였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어머니라는 중요한 존재로 막강한 실제적 권한을 휘둘렀고, 남편의 부재 시에는 그를 대신하여 가정 이외의 영역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다. (72쪽)


우리는 중세 숙녀의 가정 내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서 먼저 중세의 '가정'이 후대의 가정보다 더 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녀는 가정 내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사회 물리적 생활 조건의 변화, 끊임없는 전쟁과 느린 의사소통 등을 극복해가며 남편 부재 시에 남편의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83쪽)



그 시절에는 가족 수가 많았고.

하인과 하녀, 소작인 등 상대해야 하는 인원도 많았다.

직접 노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러서 식량을 조달했으며.

모든 먹을 것, 모든 입을 것, 모든 가사용품을 직접 만들어야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주부 담당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가정의 규모가 작은 기업 하나는 되리라.


이에 더해서 남편이 전쟁을 하러 집을 떠나게 되거나 사망하게 되면 남편이 해오던 바깥일까지 처리해야 했으니.

상인의 아내라면 업무에 관한 지식을 갖고 일을 처리하며 사안을 판단하는,

상당한 능력자들이었다.



중세에 여성이 노동시장에 등장하게 된 것은 오늘날 여성들이 일을 하게 된 사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 결혼한 여성은 추가 수입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미혼 여성은 자신의 생계를 해결해야 했다.

...

장인의 아내는 거의 언제나 남편의 일터에서 조수로 일해야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술빚기와 실잣기 같은 부업으로 가정 수입에 보탬이 되어야 했다.(103쪽)


중세시대에는 여자들이 남자보다 훨씬 많았다.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남편이 사망한 여자들도 혼자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갔고.

확고한 전문적인 일을 가진 사례도 있다.

상류계급의 딸들은 수녀원에 들어가기도 는데,

마땅한 상대를 못 찾았거나 결혼에 필요한 지참금이 충분치 않을 경우에 그랬다.



기상천외한 인생도 있었지만.

중세시대 대부분의 부부들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서로 도우면서 가정을 꾸려갔다.

협력이 잘 되어 믿음이 쌓이면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의지가 되었으리라.

남자와 여자는 서로 돕고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억지로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에 충실한 사람이라면 결혼한 동반자에게도 최선을 다했으리라.

그렇게 애정을 키우면서 부부가 되어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말로 인생은 모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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