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의아해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코로나 19가 지구를 덮친 지 1년 하고도 반이 지났고.

우리나라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도 1년이 훨씬 넘었다.

이제는 초기처럼 깜빡 잊는 일 없이 집을 나서기 전에는 꼭 마스크를 쓴다.

외출복에는 맨 얼굴이 낯설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도 문득 상황이 의아하다는 기분이 순간순간 다가온다.

오늘도 그랬다.

점심을 먹으면서 YouTube를 보았다.

프랑스 가까운 독일 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까지 가는 기차여행이었는데.

기차에 탑승한 긴 시간을,

짤막한 자막 외에 말은 거의 없이 주로 기차 안과 차창 밖 풍경을 보여주었다.

2019년 여름이었다.



나도 저렇게 하염없이 기차 타고 바깥 풍경 바라보는 걸 좋아해.

욕망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아, 떠나고 싶다.

작은 가방 손에 들고 멀고 먼 길을 떠나고 싶다.

그래서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넓고 넓은 평원을 달리고.

높은 산 사이를, 바닷가를, 도시를 며칠씩 멍하니 바라보고 싶다.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허름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는,

흡족한 기분으로 뚱뚱한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마주친 꼬맹이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어 보이고.

길가에 놓인 카페 의자에 앉아 아픈 다리를 쉬고 싶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길을 잃어 어리둥절도 하고.

커다란 기차역 높은 전광판에서 어디로 갈까, 갈팡질팡 목적지를 찾아내고 싶다.


그렇게 발길 닿는 대로 길고 긴 여행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무친 마음이 되어서는 집으로 돌아와야지.

하얀 시트를 덮어놓은 빈집, 내 집, 내 자리에 무너지듯 지친 몸을 뉘어서는,

안도하며 푹 쉬어야지.



멋진 풍경들은 그대로 있는데.

우리는 각자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고 두 발이 땅에 붙은 듯 고립되어 있구나.

아,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생계가 각박해지면서 서로를 미워하고 경계한다.

다시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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