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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18. 2021

한 사람을 따라가는 여정

활자로 만난 인물들

[조지 오웰의 길], 아드리앙 졸므 지음, 김병욱 옮김, 뮤진트리



나는 어떤 작품을 좋게 읽으면 그 작가의 작품들을 되도록 다 찾아 읽고.

작가와 작품을 다룬 글도 찾아 읽는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시대와 사회에 관한 책들,

작품 속에 언급된 인물이나 사건 등등.

읽고 싶은 책들이 줄줄이 나타나서 즐겁다.


도서관에서 조지 오웰이 살아간 지리적인 궤적을 따라가 책을 찾았다.

어렵지도 않고 길지도 않아서 읽기에 부담은 없었는데,

대신 조지 오웰의 작품들을 모두 다시 읽고 싶어 졌다.

그래서 [버마 시절]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


로나가 물러가고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의 흔적을 찾아다니여행도 좋겠다.

 인물에 관해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는 숙제가 전제되지만.



책은 조지 오웰의 삶을 시간 순서대로 찾아간다.

그가 다녔던 영국 이튼스쿨부터

영국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했던 지역들.

그가 극빈의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파리와 스페인 내전에 참가했던 스페인 지역들.

그리고 영국 북부 산업지대와 스코틀랜드 주라 섬까지.

저자는 조지 오웰이 살아갔고 고민했으며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려 번민했던 장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작가의 흔적을 찾고 그 장소가 작가에게 불러일으킨 사유와 의미를 이해하려 한다.


조지 오웰의 작품들을 이미 읽었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고.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어 질 것이다.

도시의 밑바닥 생활까지 직접 겪으면서.

내전 한복판에서 총을 들면서.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 애쓰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열성적인 사람.

고난을 함께 했던 아내를 잃고 자신의 건강도 몹시 안 좋은 상황에서 조지 오웰은,

입양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런던에서 꼬박 이틀이 걸리는 오지,

스코틀랜드의 주라 섬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몇 년 작가는 그곳에서 조용한 전원생활을 하면서 마지막 힘을 짜내어 걸작을 남기고,

1950년 런던에서 사망했다.



신물 나는 버마에서의 경찰 생활을 그만두고,

조지 오웰은 글을 쓰겠다며 파리로 간다.

안 그래도 빈곤했지만 불운까지 겹치면서 조지 오웰은 정말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는 화려한 호텔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게 된다.

저자는 파리 시절 조지 오웰의 글 이 부분을 인용한다.


"그들은 장래성이 전혀 없는 일, 어떤 사회적 자격도 요구되지 않고 별로 열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매우 힘든 일을 해야만 한다.... 접시닦이에게 요구되는 것이라고는 항상 준비된 상태로 질식할 듯한 곳에 오랜 시간 머무르는 것뿐이다. 그들에겐 미래의 전망이 완전히 막혀 있다. 그들이 버는 돈으로는 동전 한 푼 저축하기 힘들고 , 매주 60시간에서 100시간씩 일에 시달리다 보면 진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76,77쪽)



저자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배경이 되는 옛 광산업 지역 랭커셔를 찾아간다.

그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작가가 책에서 그려낸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조지 오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은 출간 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 오웰로서는 처음 맛본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영국 산업도시에서 보낸 그 두 달이 그에게는 새로운 계시였다는 점이다. 버마에서 제국주의의 동력을 살펴보았다면, 위건에서는 노동 조건의 실상을 발견한 것이다.(104,105쪽)


오웰은 마르크스의 책을 접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며(다른 어떤 정치이론가의 책도 마찬가지다), 오직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자신만의 사회주의관을 끌어낸다. 그것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혁명이 아니라, 정의와 절제가 지배하는 체제이자 하찮은 사람들이 존중받는 체제다.(105쪽)



조지 오웰은 상당히 독자적인 사람이다.

자신이 보고, 겪은 것을 충분히 사유해서 얻은 것을 믿는다.

저자는 조지 오웰 협회의 쿠엔틴 코프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며 책을 마친다.


"만약 오웰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떻게 행동하거나 생각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우리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오웰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그가 취한 입장들보다는 언어의 명쾌함과 높은 정직성 덕분입니다. 그는 열린 태도로 사실들에 임했고 주저 없이 견해를 수정하곤 했는데, 이는 오늘날에는 보기 드문 자질이죠. 그는 자신이 취한  이념적 입장이 자신에게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눈으로 본 것을 썼습니다"(168쪽)



나는 조지 오웰의 명쾌하고 반짝반짝하는 문장과 위트, 유머가 좋다.

이번 여름은 조지 오웰이다.

천재의 삶을 살고 싶지는 않지만

천재의 재능은 가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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