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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15. 2021

욕망과 본질 사이에서

활자로 만난 인물들

[청빈의 사상], 나카노 고지 지음, 서석연 옮김, 자유문학사,



1993년에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된 이 책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끝나고 경기 침체기에 들어서던 시점에,

정신 차리고 차분히 돌아보니 허깨비에 놀아난 듯 마구 탐하고 소비하고 소유했던 지난 시절에 회의가 일었겠지.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일본에는 현세에서의 생존은 가능한 한 간소하게 살지만, 마음은 풍아의 세계에서 유유자적케 하는 것을 참된 인간의 가장 고결한 삶의 방식으로 여기는 문화적 전통이 있다. (4쪽)고 일본 문화에서의 청빈을 소개한다.


일본만이 아니라 유교적 전통이 있는 한국, 중국.

세계의 모든 문화권에 청빈과 비슷한 개념이 있다.

인간에게는 욕망과 물질에 끌려다니지 않고 간소하게 살고 다는 마음과,

실컷 소유하고 소비하고 과시하고 싶다는 욕망이 상충하는 것 같다.


당장 쓰임은 없지만 아름다운 것, 좋아 보이는 물건은 우리를 현혹시키고.

공기만큼이나 지구에 꽉 차있거센  상업주의보이는 것마다 사라, 가져라, 속삭인다.

소유는 곧 나의 정체성이 되우월감된다.

갖고 싶다-사고 싶다-자랑하고 싶다, 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허덕이고 쪼들린다.

뭐하는 짓인가, 때로 각성은 하지만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물질과 욕망의 사이클은 이렇게 돌아간단다.


그러한 호화로운 저택 생활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경비를 조달하려면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서 일해야만 할 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소유가 많을수록 마음을 빼앗기고, 그리하여 그 마음은 재물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33쪽)


욕망에는 한도가 없으므로 권력이 있는 자는 더 큰 권력을, 부유한 자는 더 많은 금은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부와 토지 및 자원에는 한계가 있고, 권력과 권력은 양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욕망을 그대로 놓아두면 이 세상은 분쟁의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모든 악의 근원을 욕망에 있다고 보는 것이며, 평안을 얻으려면 욕망을 단호히 끊어야만 한다.(81쪽)



소비는 개인적인 경제와 심리의 차원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도 크게 문제를 일으킨다.

코로나 상황과 극심한 기후 문제는 그 하나의 사례겠지.


품의 구매→ 소유→소비→폐기의 사이클에 갇혀 있는 한 내면적인 충실은 결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물건의 끝없는 생산과 소비는 지구 상에서의 인류의 공존과 환경ㆍ자원의 보호를 위해서 계속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참된 풍족, 내면의 충실을 위해서는 소유욕을 줄이고 나아가 ‘무소유의 자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대원칙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려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일본에는 일찍이 ‘청빈’이라는 아름다운 사상이 있었다.

소유에 대한 욕망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내적 자유를 도모한다는 사상이다.(171쪽)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지만, 지구 자원에 한계가 있는 이상 풍요로운 북반구에서는 무절제한 소비 사회를 경험하고, 가난한 남반부는 빈곤과 굶주림에 고통받는 구조를 이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된다. 이미 남북의 경제적 차이는 세계 도처에서 마찰과 분쟁을 기하고 있다. 자원이나 에너지를 북반구에서는 대량으로 소비하게 되면, 남반구에는 그만큼 결핍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순된 구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역사상 한 번도 실현된 예가 없는 일이지만, 번영하는 나라, 부자 나라가 그 사회와 생활의 수준을 과소비형에서 공존형으로 바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북반구에 속하는 우리들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241쪽)



청빈한 삶은 그저 물질을 아끼는 차원만이 아니다.

참된 것과 헛된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신을 다스리며,

높은 단계의 기쁨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들은 조메이가 말하는 ‘풍류’의 일념에 의해서, 이 세상에는 이득이나 권세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좀 더 품격 높고 아름답고 즐거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속세에서의 이탈을 완수한 듯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82쪽)


명예와 이익을 좇아서 조용한 여가도 없이 평생을 고뇌 속에 지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산이 많으면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재산은 해(害)를 만들며 고뇌를 만드는 주범이다. 죽은 뒤에 황금으로 북두칠성을 만들고, 달만큼 많은 재산이 있다 해도 그것은 남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재물로 자신을 치장하지만 눈을 즐겁게 하는 그런 것들은 모두 허황된 것이다. 화려한 수레에 살찐 말, 황금과 보석으로 꾸민 장신구도 뜻있는 사람의 눈에는 오히려 어리석게 느껴질 뿐이다.(171,172쪽)



문풍지처럼 쉽게 흔들리는 우리가,

높은 단계의 청빈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청빈이라는 방향을 향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청빈’이란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사상과 의지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 간소한 삶의 형태이다.

... 부귀를 바라고 소유를 탐하는 욕망이 크면 클수록 인간은 재물을 늘리는 것이 유일한 덕인 양 착각에 빠져서, 소유에 더하여 소유를 탐하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떤 비인간적인 행위도 서슴없이 행하게 된다.

우리는 최근 1980년대의 소위 ‘거품 경제’의 번영기 속에서 그런 욕망의 노예가 된 무리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175,176쪽)


일본의 뛰어난 예술가들의 사고와 고대 인도인의 사고와는 서로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들 모두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욕에 사로잡혀서는 소유의 좁은 벽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작은 아집을 버려야 비로소 우주의 밝은 빛을 쪼이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181쪽)


욕망이나 아집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자기밖에 가득 차 있는 우주의 생명을 감지할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소유물을 최소화하여 스스로를 우주적 생명으로 승화시키는 수단이 바로 청빈이었던 것이다.

물건이나 돈이나 기계에 대한 집착은 물질에의 집착이다.

사유 재산에의 집착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힘을 필요로 한다. 그 힘에 대한 욕구는 마침내 무장 병력까지 동원하게 된다.

재산을 자랑하는 것은 타인에게 물질과 물질을 유지하는 권력으로 우월성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물질에의 집착은 결코 생명 있는 것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될 수 없다.

소유한 것이 물건인 이상 모두 수량으로 가치 판단을 하게 되며, 그것이 비록 예술 작품이라 하더라도 ‘얼마’라는 숫자로 표시하게 된다.

그러나 숫자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생물에 대한 자비를 나타낼 수는 없다. 그것들은 심리적 체험에 속하는 것으로, 계량이 불가능한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인은 계량이 불가능한 것까지도 숫자로 나타내려고 하며, 심리적 체험을 거부하여 생명이 말하는 ‘진실’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이다.(212, 213쪽)



우리는 지금 일본의 몰락을 목격하고 있다.

훨씬 앞서가던 일본의 진로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전후 궁핍 속에서 출발한 우리들이 생활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해 왔던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하였다. 그것은 칭찬을 받았으면 받았지 비난받을 일은 전혀 아니다.

 더욱 풍요로운 사회를 원하고 바라던 그 과정에서 누구도 자각하지 못한 방법상의 잘못이 있었던 것이다. 문득 깨닫고 보니 우리들은 물질문명만 번영하게 되었지, 마음은 풍요로움이나 편안함이 없는 이상한 허탈감을 느끼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었다.(254쪽)



우리는 수십 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그만큼 더 평화하고 행복해졌는지는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늘 돌아보고 점검해야겠다.

개인적인 삶도 마찬가지.

단순히 미니멀한 생활뿐만 아니라

나의 정신과 마음도 군더더기를 떼어내고 본질을 향하는가, 늘 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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