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북한산 아래 동네에 살았다.
대학 시절 큰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동안 산을 마주하는 시간이 좋아서,
일부러 집 앞까지 가는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큰길에서부터 걸었었다.
그게 나의 북한산과 인연의 전부이다.
수십 년 북한산 아래 살면서 산 깊숙이 들어간 적이 없다.
발치에서 걷거나 멀리 바라보거나 했을 뿐.
큰 산 아래 동네는 습하다.
바람이 불어오다 산에 부딪쳐서는 습기를 내려놓는가 보다.
또 산 아래 동네라 공기가 좋다고들 하더라만,
음, 대도시라면 도심의 매연이 바람결에 실려와서는 산에 막혀 소르르 오염물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걸.
그러니까 보기와는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매우 흡족하게 살았습니다만.
제주도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몰다 길을 꺾었을 때 문득 시야에 한라산이 꽉 차게 들어온다.
가슴이 뭉클하다고 할까, 순간 감동이 밀려든다.
한라산은 참 멋지다.
큰 산이 주는 가슴 벅찬 감동이 있다.
머릿속에서 늘 어딘가를 떠도는 나는 지구 위 여기저기를 탐색한다.
바다도 좋아서 바다만 마냥 바라보며 머물고 싶다.
바다 위로 뜨는 태양으로 잠을 깨고,
바다로 내려앉는 해로 하루를 마치고 싶다.
그런데 계속 바닷가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다.
도시에서 바쁘게 일과를 보내고 며칠 바다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산은 좀 다르다.
큰 산이 보이는 마을에서 한 계절 머물고 싶다는 소망을 항상 품고 있다.
표지에 있는 설악산이 보이는 마을에서도 그렇고.
넓고 큰 지리산이 보이는 소도시에서도 그렇고.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에서도 몇 달이고 지내보고 싶다.
인터넷으로 오스트리아 알프스인 인스브루크도 찾아보고,
이탈리아 돌로미티 지역의 풍경도 둘러보지.
그러고는 작은 한숨.
언제 갈 수 있을까?
큰 산에서는 큰 인물이 난다고 하더라.
산의 정기를 받아서라고 통상적으로 말들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람 마음에 외경을 불러일으키는 큰 산을 항상 보면서 자란다면,
복잡한 도시나 소소하고 잔잔한 마을 풍경을 보고 자란 사람과는 또 다른 풍경의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자라면서 늘 보는 풍경, 늘 듣는 소리, 늘 맡는 냄새가 겹겹이 쌓여서 사람 마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니.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매일 좋은 풍경을 바라보고.
늘 아름다운 말들을 주고받고.
청량한 공기와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니 제발 절제 없는 욕망에 눈멀어 국민 타령하는 정치꾼들의 저렴한 언행을 시시콜콜 전하지 말고.
(식별하기 위해서는 그 됨됨이는 분명히 알아야 하지.
일단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이 내려지면 그런 사람들은 우리 눈에 띄지 않도록 사회지도층 군에서 아예 제외하자는 거다.)
방송이나 유튜브에 쉽게 보이는 허황된 물질 과시에도 매몰되지 말자.
인터넷에서 종종 마주치는 그릇되고 왜곡된 증오와 시기심과 탐욕이 뿜어내는 독은 물론이고.
반면교사라면 모를까,
그런 것들은 소중한 내 인생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좋고 아름다운 것들은 여전히 많거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내 우리 마음을 채웁시다.
결론은
아, 큰 산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