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해피엔딩

끄적끄적

by 기차는 달려가고

어릴 때 읽은 동화책들은,

왜!

착하디 착한 주인공들이 꼭 고통을 겪는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겪어내는 어이없는 고난에 금세 동화된 나는,

찢어지는 가슴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책을 덮곤 했었다.

더는 못 읽겠어, 엉엉.


아픔은 맛있는 음식으로 치유해야지?

배부르게 간식을 먹고 나면 슬픔과 고통이 가라앉으면서 미처 다 읽지 못한 동화책이 궁금해진다.

심호흡을 크게 해도 아직 주인공의 고난을 계속 읽을 엄두는 나지 않는데?

마지막을 펼쳐서 주인공이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행복해지는 HAPPY ENDING! 을 확인한 뒤에.

나는 안심하고 동화책을 다시 붙들었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듯한 아랫목에서 뒹굴거리며 글로만 읽은 "고통의 강"이란 사실 무척 낭만적이고.

심지어는 달콤한 인생의 양념 같은 추상적인 고난일 뿐이었다.

더 큰 보상으로 이어지는 미끼 같은 것이었달까.


하여간 그래도 인생의 고난에 대해 무척이나 긍정적인 판타지를 가졌던 덕에,

내게 고난이 닥쳤을 때.

"오히야! 드디어 왔군!" 하면서 흥미진진한 기분까지 느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 고난을 풀어갈 것인가?

궁리하기보다는.

요 시기를 잘 견디면 행복한 결말이 오겠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하염없이 시간을 흘리면서.

때가 되면 고난은 저절로 물러가겠고,

짠!

신데렐라의 구두가 나를 방문하기만 기다렸다지?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신발 한 짝 들고 나를 방문해줄 왕자님의 시종을 기다리나 봅니다.

정작 신발 한 짝 벗어놓은 무도회에는 간 적도 없으며.


왕자 따위는 필요 없어!

하는 지극히 독립적인 마음가짐이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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