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 2021 응모
저자가 한 권의 책을 쓰려면
책으로 완성되는 원고 수백, 수천 배 분량의 자료를 유형, 무형으로 준비할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상상하고 질문하고 고심하며,
실험하고 검토하다가는 쓴웃음을 지으며 하,
이미 써 내려간 글을 몽땅 덜어내기도 하겠지.
책의 모든 단락과 매 구절은 수 없이 많은 자료를 구하여 찬찬히 읽고,
온갖 정보를 찾아 모으고 일일이 검증하며.
살아가면서 직접 겪고 보고 알게 된,
힘들여 얻어낸 정직한 경험들을 생각의 체로 걸러내어서는.
뜻을 정확히 전달해줄 적절한 단어 하나하나 고민하느라 저자는 몇 밤을 지새웠는지 모를 터.
한 권의 책 뒤에는 헤아려지지 않는 커다란 세계가 상정되어 있다.
우주만큼이나 깊고 넓은 세계를 창조한 저자는 이를 추리고 또 추려서,
지극히 압축된 한 단면,
핵심이 되는 극히 일부분만을 책으로 엮었으니, 그 각고의 과정이란,
하하하.
이를테면 소설 속 인물은 한 시점, 특정한 상황에서의 언행만이 그려질 뿐이지만.
작가는 그 인물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은 물론 각 인물들이 살아간 시대와 사회와 개인적인 환경,
그 시점까지의 길고 깊은 세계를 상상해서는.
각 인물들의 과거와 미래.
사회적, 경제적, 정서적 배경.
얽히고설킨 관계와 인연에서 미처 못한 말들과 드러내지 속마음을,
외모와 차림새와 말투와 표정과 일상과 복잡한 심리와 흘러가는 의식의 흐름까지.
존재의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창조한 뒤에 소설에 등장시키겠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독자적인 성격을 검은 활자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독자들이 활자에 마음을 열 때
비로소 마법이 풀린 숲 속의 공주처럼 의식이 깨어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생생한 인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독자들은 책에서 감동을 받을 때,
작가가 미처 활자에 담지 못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이해하고 상상하고 추정하고 짐작하면서.
여기에 자신의 경험과 감상을 더하니.
작가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훨씬 다양한 이야기들을 독자들은 말할 수도 있겠다.
나도 좋게 읽은 책에서 받은 벅찬 이해를 말하려 들 때,
너무나 많은 공감과 감상과 생각들이 두서없이 넘쳐흐른다.
책 속의 인물들은 자신을 알아준 독자에게 절절한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의 세상과 삶에 공감하면서 독자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을 곧 자신의 경험으로 마음에 깊이 새기는 것이리라.
좋은 책 한 권에는 인간사의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책에서 받은 감동과 배움에 관해 늘 할 얘기가 넘치는 나는,
초점을 어디에 맞춰 얘기해야 할지 우왕좌왕.
중구난방 쏟아져 내리는 벅찬 감동을 추스리기가 참 어려웠다.
이 책에서 나는 눈 질끈 감고 책 중에 나오는 인물, 그것도 되도록 한 인물에 집중하려 한다.
인생은 어렵고, 짧은 환희의 순간은 있더라도, 내게 얹힌 무게는 언제나 힘겹다.
그저 책 속의 한 인물이 삶이라는 고해의 바다를 타박타박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하자.
인물을 말해주는 저자의 글귀 몇을 골라,
그것에 나의 간략한 소감 몇 구절을 슬쩍 더하기로 한다.
이 책은 오직 독자로서 내가 책에서 받은 감동을 나누고자 함이다.
내가 책에서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서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책방과 도서관으로 달려가는,
독서의 마중물이 되기 바란다.
두근두근...
시작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