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22. 2021

밥 사 먹으면서 싫은 몇 가지

음식에 관한 단상

어머니 돌아가신 뒤로 걷기 위해 거의 매일 집 바깥으로 나가는 편이다.

어머니가 집 밖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어머니 생전에는 늘 장을 봐다가 거의 모든 식사를 직접 준비했었는데.

그래서 다양한 식재료를 항상 갖추고 살았던 그간의 식생활 방식이,

 혼자 사는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더라.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마트나 생협에 들러 당장 먹을 것들을 조금씩 사고.

한 달에 두어 번 생필품을 사면서 오래 두고 먹을 것들을 한꺼번에 산다.

조금씩 자주 식료품을 사다 보니 냉장고에도 여유가 생기고 버리거나 묵히는 식재료가 줄어든 건 좋은데.

며칠 몸이 좋지 않거나 날씨가 나빠 외출하지 않으면,

또는 연달아 밖에서 식사하게 되면 집에 먹을 게 없더군.

폭넓게 식재료를 갖추지 못하니 밥상이 단조롭다.

먹을 것을 끊임없이 조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여간 외식을 하거나 간편식을 사거나 음식을 사 오는 경우가 전에 비해 늘어났다.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배달음식은 안 시킴)

내가 한 음식이 맛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내 입맛이나 취향에는 맞으니까 불만 없이 먹는데.

남이 만들어준 음식에는 유난스러워다.

먹는 음식은 버리지 않는다고 배워서 되도록 남기지 않고 먹습니다만,

속으로는 쭝얼쭝얼 볼 멘 소리를 내지요.

전에 뜨거워야 할 국물음식이 미지근하다고 투덜댔는데.

다음 같은 경우도 싫음.


아무 데나 해바라기 씨가 듬뿍 들어간다.

우리 어릴 때는 해바라기 씨를 먹지 않아서 홍콩에 갔을 때 처음 봤던 것 같다.

(해바라기씨에 코팅한 초콜릿은 있었다.)

수입자유화 이후 중국에서 수입을 하는지 해바라기 씨가 일반화된 느낌이다.

약식 같은 떡에, 빵에, 과자에 참 많이 넣더라.

원래는 잣과 대추, 밤을 넣어야 하는 음식에 해바라기 씨가 더 많이 들어간다.

꽤 오래되고 값나가는 빵집에서 잡곡빵을 샀는데 그 안에도 해바라기 씨가 씹혔다.

실망.


잔뜩 뿌려진 통깨도 싫음.

자잘하고 고소한 우리나라 참깨가 아니다.

크고 메마르며 절대 고소하지 않은 수입산 통깨를 도포해서 부족한 맛을 가리려 한다.

대충 말은 김밥에,

기름에 찌든 솔로 정체불명의 기름을 번질번질 바르고, 맛없는 통깨를 획 뿌린 김밥은...

아웅~ 싫어.

각종 양념장들에통깨 범벅이다.

생선찜도 아니고 생선구이에는 통깨를 뿌릴까?

적절한 경우에만 맛있는 참깨를 적당하게 넣어주세요!


내가 그리 소탈한 사람이 아니라서 최소한 보기에라도 깔끔한 식당을 찾아다닌다.

한 번은 짜장면을 먹었는데 국수를 건지면서 물기를 마저 빼지 않고 그릇에 담아,

 아래에 물이 흥건히 고여있었다.

그 뒤로는 짜장면을 안 시키게 됩니다.


밥이 맛있는 식당도 드물다.

말랐거나 딱딱하거나.

어쩌면 내가 손님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일지도 모른다.



영업장에서는 가격에 맞춰 음식을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시국에 음식 가격이 확실히 올랐고.

그럼에도 수지타산을 맞추기는 참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가격을 더 지불하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것인가,

낮은 비용으로 대충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 것인가.

식재료 말고 비용을 줄일 다른 요소는 없을까?


돌이켜보니 해외 대도시의 보통 수준 식당들은 서울의 식당보다 면적이 훨씬 좁아서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주인공이 식당을 운영하는 프랑스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새로 문을 여는 식당의 홀과 주방 면적이 의외로 좁았다는 기억이 있다.

주인공 혼자 부엌을 맡고 은퇴한 아버지가 서빙을 맡았던 작은 식당.

임대료와 관리비를 줄이려니 식당이 좁아지겠는데.

식재료 아끼는 것보다는 자리 불편한 게 낫다는 건 내 입장이고.



소비자도, 생산자도 어려운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식당 음식이 하향 평준화되어 간다는 기분이 든.

한류를 타고 세계적으로 한식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음식의 질적인 면에서 예전 중산층 음식보다 한참 떨어진 건 아닐까?


돈이 없는 사람도 제대로 만든 음식을 먹을 권리는 있다는 생각다.

가난하다 해서 유통기한 지나고 정성 없이 아무렇게나 대충 버무려낸 그저 그런 먹을 것으로 배만 채우라는 건,

아니라고 봄!

매거진의 이전글 따끈한 음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