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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Dec 04. 2021

따끈한 음식

음식에 관한 단상들

몇십 년 만에 매일 오전, 배우러 다닌다.

빈속으로는 밖을 못 나가는 사람이라(약도 먹어야 하고), 잠이 덜 깬 상태로 꾸역꾸역 먹을 것을 속에 밀어 넣는다.

그러고 나가서는 네 시간 꼼짝없이 앉아있다가,

(좌석만 채울 뿐인 1인)

강의실을 나오는 즉시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현상.

열등생의 비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ㅜㅜ



그렇게 몇 시간 헤매고 나오배가 몹시 고프다.

추운 강의실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바깥의 차가운 겨울 날씨가 몸에 닿으니,

눈앞에는 뭉개 뭉개 뜨끈한 국물 음식이 아른거리.

만둣국, 설렁탕, 감자탕, 우거짓국, 갈비탕, 쌀국수, 순두부  같은 점심을 주로 먹었구나.

마땅해 보이는 식당을 찾으면서 길을 헤매다가 문득 마음이 끌리는 음식점에 들어간다.

식당은 정말 많더라.


그러고 보니 같은 메뉴, 같은 식당을 다시 찾아가지 않았네.

대부분 음식을 받으면 살짝 실망감이 들지.

어차피 대단한 밥상을 기대한 건 아니고,

많은 비용을 치른 것도 아니라서 빈약한 재료에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따끈한 온도는 맞출 수 있지 않을까요?

추운 날씨에 먹는 국물음식은,

더구나 재료가 허술하면 뜨끈이라도 야 먹을 만한데. 

먹은 음식 중에 뚝배기에 담긴 우거짓국과 순두부만 보글보글 끓으면서 나왔었다.


미지근한 국물음식에서는 기름기의 느끼한 맛과 MSG의 인공적인 맛이 더 강하게 난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오래된 동네 식당 같은 곳에 들어가 떡만둣국을 먹은 적이 있는데,

MSG를 거의 넣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 맹탕 국물이 차라리 깔끔했었.

여러 가지 밑반찬이 놓였던 그 밥상.

그러고 보요새 식당에서는 밑반찬이 점점 사라지고 있더라.

예전처럼 주르르 나물반찬을 하는 데는 손이 많이 가니,

인건비도 그렇고 솜씨도 따라가기가 어렵겠다.

음,

그래도 단무지 몇 쪽만 달랑 따라 나오는 점심은 좀 섭섭하더군.



고기도 밥도 국물도 다 식어버린 돈가스 정식을 먹은 적이 있었다.

입안에 남은 느끼한 불쾌감을 없애려 커피숍에 들어갔다.

나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좋아하지 않아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를  이용하는데.

그날 들어간 카페에서는 어쩌다 라테를 주문해버렸네.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찬 우유를 부어버렸는지 미적지근한 라테를 주더라.

아악!

운 없는 날.

입안에는 찝찝함이 더해졌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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