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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긴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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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남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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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달려가고
Feb 5. 2022
2022년이 시작되어서
,
새해 기도를 해볼까?
,
하고는 템플스테이를 잘 다녀왔었는데.
(참 좋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따뜻한 방에서 뒹굴뒹굴^^)
임인년이 시작된다니 또 새해맞이를 하고 싶어졌다.
이번 겨울 내내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코로나 확진자는 더더욱 급속히 치솟고.
날은 이리도 추운데...
마음은 주책없이 한나절쯤 남쪽으로, 남쪽으로 달려서.
따듯한 동네에서 얼른 임인년의 봄을 맞이하고 싶네.
가도 될까? 했다가.
에잇,
어차피 혼자이고 백신과 마스크로 무장했으니
.
떠나자!
기차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잡는다.
최소한으로 짐을 꾸린다.
짐을 줄이느라 옷을 잔뜩 껴입었는데 기차 안은
난방이
잘 되어 땀이 나는구나.
훈훈한 기차 안에서 나른하게 바라보는 햇빛 밝은 바깥은 봄인
듯싶더라.
하지만 땅에는 눈이 얼어있는 걸.
여기는 경기도,
여전히 겨울.
기차는 예전에 익숙했던 장소들을 지난다.
이렇게 남쪽으로 가는 게 얼마만이더라.
그동안 나는 타박타박 인생의 큰 강을 건넜지.
몇 년 전의 내가 가끔 떠오르면 정말이지 아주 오래전 같다.
대전쯤부터는 들판에는 눈이 없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희끗희끗하더라만.
익산을 지나자 들판에는 눈이 덮여있었다.
서해안이 가까운 호남 지역은 다우 지역이라 눈도, 비도 많지.
광주 부근부터는 잔설이 남아 있어도 들판에는 새싹이 돋아 파르스름하고.
날은 흐린데 봄기운이 흘러 다니더라.
멀리 큰 산이 희뿌옇더니 나주역에서는 눈발이 날렸다.
ITX 새마을 기차로 네 시간 반이 넘게 달려온 목포역에는 굵은 눈방울이 세찼다.
옷을 하얗게 덮었다가는 금세 물이 되었는데,
항구라 바람이 불어서 눈발이 옆으로 날아왔다.
눈발 날리는, (목포역 하나 전인) 일로역.
마음은 며칠씩 하염없이 기차를 타고 바깥 풍경을 보고 싶으나...
오랜만에 오래 탄 기차여행은 몹시 피로했다.
배 고파.
# 덧붙이는 이야기-
내 뒷좌석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앉으셨나 본데,
한 시간 넘게 온갖 언니들 불러내어 끊임없이 통화하시고.
(최소한 도 단위 연합부녀회 막내 되실 듯)
머리가 허연 대각선 앞쪽 아저씨는 전화를 받더니만,
하트 뿅뿅 날리는 흥분된 음성으로 연신 누나, 누나를 외치며
.
다 왔어, 역에 내리면 금방 갈텨!를 소리치심.
광대 승천,
행복해 죽겠다는 기분이 넘쳐흘렀다.
엄마랑 같이 탄 꼬맹이 자매는 조용하게 네 시간 반을 타고 왔는데.
(엄마 손 잡고 연신 객실을 들락날락은 했지만 참으로 훌륭한 어린이들이었다.)
한두 시간 기차 탄 늙은 동생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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