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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Feb 14. 2022

수도자의 작은 방

끄적끄적

고등학교, 대학교 때 수녀원에서 며칠씩 지낼 기회가 있었다.

손님방이고, 손님 식사라서 수녀님들의 실제 생활과는 달랐겠는데.

하여튼 절제되고 단아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집을 보여주는 책이 있었다.

거부들의 호화로운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들이 직접 지은 자신의 집은 매우 단순하고 기능적이었다.

시대를 초월해 군더더기 없는 세련된 감각을 보여주었다.

멕시코 건축가로 기억되는데 그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방은 정말 꼭 수도자의 방 같았다.

지극히 간결하고 소박하며 정갈한, 더해서 온화한 그 방을 한참 들여다보았었다.



한때 공주님 방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치렁치렁한 레이스 커튼에, 올망졸망한 소품들에, 온통 핑크, 핑크.

벽에는 금빛 섞인 테두리에 넣은 아련한 표정을 지은 얼굴 사진쯤은 걸어둬야지.

흠,

내게는 그런 취향이 없으니...


공주 취향도 아니지만 현실은 수도자의 방도 아니다.

때마다 치우고 버리지만 뭐가 그리 많은지,

언젠가는 수도자의 방처럼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한 단순한 방을 갖겠다는 방향성만 지니고 있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수도자의 방처럼 군더더기 없이 지극히 소박하고 실용적인 방을 좋아한다.

템플스테이를 했던, 절의 손님 방도 그랬다.

청결하고 소박한 기능적인 방.

그래서 깨달았다.

적어도 지금 나의 생활 패턴으로는 물건을 두는 방들을 주르르 거느리고,

딱 잠만 자는 방 하나는 수도자의 방이 가능할까?


미니멀을 지향합니다.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이상,

봄맞이 청소 중 간단한 소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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