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 때였나 초등학생 때였나,
그러니까 1970년대 초쯤에,
청소년 대상 잡지에 <영산강 누나>(혹은 언니?)라는 연재소설이 있었다.
작가가 조흔파? 선생이었던가?
청소년 대상으로 소설을 쓰셨던 연세가 좀 되신 분으로 기억되는데.
(열몇 살짜리에게는 자기 부모보다 연배가 높으면 다 나이 많은 분임)
영산강이 흐르는 호남 지방에서 어린 나이에 도시로 식모살이 온 소녀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에서는 청소년 잡지를 보지 않아서 친구네 집에 가면 찾아 읽었다.
한창 소설에 빠져 있는데 친구는 자꾸 말을 시키고.
ㅋ
1980년 대 여학생 대상 잡지에는 <내 이름은 마야>라는 인기 연재소설이 있었다.
<올훼우스의 창>, 뭐 이런 일본 만화들이 유행하기 전인가,
비슷한 시기인가.
만화책을 쌓아놓고 봤었는데요.
<내 이름은 마야>는 동생이 보는 소설이었는데 재기 발랄한 여성 작가 작품으로,
'마야'는 악마의 '마'에서 나온 별명이다.
장난꾸러기, 기상천외한 여학생이 주인공.
이 소설에는 부산 옆 '일광'이라는 장소가 나왔었다.
나주 영산강은 소설을 읽은 지 40년도 더 지나 가보았고.
일광은 1980년대에 갔었다.
혼자 부산 여행 갔다가 아마,
바다를 끼고 달리던 동해남부선 비둘기호를 타고 갔을걸.
한적한 마을과 파아란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뭐 부산 권 신도시 더구먼.
영산강이 흐르는 나주는,
뭐랄까 마음이 아리더라.
운치도 있고 역사도 있고 풍광이 참 멋진 곳이었는데.
옛날 부잣집이 쇠락하여 낡고 허물어져서.
이 방 저 방 칸칸이 셋방을 내주어 이리저리 전깃줄이 얽히고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린 초라해진 형편에 빗댈까.
오랫동안 내리막길을 치달려와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혁신도시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고.
주변 농촌 지역도 형편이 어려워 보였다.
나는 어디 가면 그 동네 할머니들 행색을 보고 그 지역 형편을 짐작하는데.
할머니들이 퍽 고단해 보이셨다는 기억.
게으름 피우다가 늦어서 허겁지겁 구경한 박물관은 다시 가보고 싶다.
박물관 가기 전에 있던 공원 같던 고분 군도 찬찬히 둘러보고 말이지.
마한 문화권이라 수도권 유적과 다르더라.
지금은 나주도 달라졌겠지?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던 그 시절 식모 언니들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들 살아갔는지.
이제는 70~80세 노인이 되었을 텐데.
모쪼록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