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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Mar 26. 2022

소설 속 장소

끄적끄적

내가 중학생 때였나 초등학생 때였나,

그러니까 1970년대 초쯤에,

청소년 대상 잡지에 <영산강 누나>(혹은 언니?)라는 연재소설이 있었다.

작가가 조흔파? 선생이었던가?

청소년 대상으로 소설을 쓰셨던 연세가 좀 되신 분으로 기억되는데.

(열몇 살짜리에게는 자기 부모보다 연배가 높으면 다 나이 많은 분임)

영산강이 흐르는 호남 지방에서 어린 나이에 도시로 식모살이 온 소녀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에서는 청소년 잡지를 보지 않아서 친구네 집에 가면 찾아 읽었다.

한창 소설에 빠져 있는데 친구는 자꾸 말을 시키고.



1980년 대 여학생 대상 잡지에는 <내 이름은 마야>라는 인기 연재소설이 있었다.

<올훼우스의 창>, 뭐 이런 일본 만화들이 유행하기 전인가,

비슷한 시기인가.

만화책을 쌓아놓고 봤었는데요.


<내 이름은 마야>는 동생이 보는 소설이었는데 재기 발랄한 여성 작가 작품으로,

'마야'는 악마의 '마'에서 나온 별명이다.

장난꾸러기, 기상천외한 여학생이 주인공.

이 소설에는 부산 옆 '일광'이라는 장소가 나왔었다.



영산강은 소설을 읽은 지 40년도 더 지나 가보았고.

일광은 1980년대에 갔었다.

혼자 부산 여행 갔다가 아마,

바다를 끼고 달리던 동해남부선 비둘기호를 타고 갔을걸.

한적한 마을과 파아란 바다가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뭐 부산 권 신도시 더구먼.


영산강이 흐르는 나주는,

뭐랄까 마음이 아리더라.

운치도 있고 역사도 있고 풍광이 참 멋진 곳이었는데.

옛날 부잣집이 쇠락하여 낡고 허물어져서.

이 방 저 방 칸칸이 셋방을 내주어 이리저리 전깃줄이 얽히고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린 초라해진 형편에 빗댈까.

오랫동안 내리막길을 치달려와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혁신도시는 완전히 딴 세상이었고.

주변 농촌 지역도 형편이 어려워 보였다.

나는 어디 가면 그 동네 할머니들 행색을 보고 그 지역  형편을 짐작하는데.

할머니들이 퍽 고단해 보이셨다는 기억.


게으름 피우다가 늦어서 허겁지겁 구경한 박물관은 다시 가보고 싶다.

박물관 가기 전에 있던 공원 같던 고 군도 찬찬히 둘러보고 말이지.

마한 문화권이라 수도권 유적과 다르더라.

지금은 나주도 달라졌겠지?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던 그 시절 식모 언니들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들 살아갔는지.

이제는 70~80세 노인이 되었을 텐데.


모쪼록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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