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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12. 2022

파리의 낭만주의

활자로 만난 인물들

<로맨틱, 파리>, 데이비드 다우니 지음, 김수진 옮김, 올댓북스 출판


책 <로맨틱, 파리>는 파리의 낭만주의-주로 문학-와 그 흔적을 찾아가는 책이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음악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문학, 즉 18세기 독일의 낭만주의가 남쪽으로 날아가 꽃 피운 파리의 낭만주의는,

1820년대에서 1840년대 사이에 전성기를 이루었는데.

특히 1830년,

빅토르 위고와 그의 친구들, 경쟁자들을 중심으로 모여서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낭만주의적 근대(romantic modern age)’ 혹은 예상을 벗어난 표현일 수 있는 ‘현대적 낭만주의 시대(modern Romantic Age)‘의 바람을 파리에 한바탕 불러일으(49쪽) 켰다고 한다.


저자는 깊은 애정으로 이들 낭만주의자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삶과 문학, 그리고 파리에 남아있는 그들의 흔적을 소개한다.

이 책으로 인해 미처 몰랐던 파리 낭만주의자들의 문학 정신과 각자의 개성, 프랑스 역사에 끼친 영향력을 알 수 있어서 나는 아주 좋게 읽었는데.

원문이 한국어로 번역하기 곤란한 문체여서 그런지 번역이 매끄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프랑스를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구절들을 소개하자면.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에 반기를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고티에는 이렇게 선동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선동적이라고 내가 지적한 이유는 고티에가 회고록을 집필하던 당시 그는 이미 나이 든 세대였기 때문이다.) “장발족이 대머리 기성세대에, 열광이 일상에, 미래가 과거에 반기를 드는 것 말이다.”

(80쪽)


그렇다.

젊은 세대가 의미를 갖는 것은 열정과 순수와 이상과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젊어도 꿈도, 용기도, 이상도 없이 고리타분한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는 이미 젊은 세대라 할 수 없고.

나이가 들었더라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가능성과 열정과 의욕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개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순수한 노력을 실행한다면 기성세대로 매도할 수 없겠지.



프랑스에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위치는 대단한 것 같다.

그는 세상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뚜렷했던 작가였다.

거의 200년 전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단다.

뛰어난 인물은 사회적 이상을 갖는다.

그리고 그 사회는 그 이상을 향해 움직여간다.


무상교육, 보통선거, 여성의 권리, 빈곤과 노예제도와 사형제의 폐지, 유럽합중국 창설-유럽에서 전쟁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그가 내세운 것-....  위고는 당대보다 적어도 한 세기는 앞서 나간 인물이었다. 이는 그가 오늘날에도 매우 유의미한 존재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101쪽)



소설을 통해 볼 때 프랑스에서의 애정 문제는 영국이나 독일과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낭만주의자들은 실생활의 애정 문제도 특별하더라.

미국 출신으로 파리의 낭만주의자들에게 매료되어 오랫동안 파리에 살고 있는 저자의 눈에 보이는,

프랑스 사람들의 입장은 이렇단다.


이들과 같은 문학 아이콘을 숭배하는 방식이 국가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여기에 각국의 국가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점들을 보면 파리에 대해 미국인들이 품고 있는 낭만이 왜 복잡하고 역설적이며 신화와 고의적인 자기기만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알게 해 준다. 내가 보기에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프랑스인들은 천재의 불완전함과 약점이 어디에서 나타나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꾸준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불륜, 동성애, 마약 중독, 알코올 중독, 자살에 대해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문학의 신이건 아니건 많은 예술가들의 창조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은 재능이 있으면 많은 것을 용서하고, 천재성이 있으면 모든 것을 용서하지만, 내숭을 부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179-180쪽)   


우리나라는 재력과 결탁한 권력이 있으면 중범죄까지 혐의 없음이 되.

그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티끌 하나라도 죄인이 되는 현실인데,

프랑스에서는 천재가 특별한 위치에 있나 보다.


그 밖에도 흥미 있으며 의미 있는 구절들이 꽤 있다.

다음에 파리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 책을 들고 저자가 이끄는 대로 파리의 낭만주의자들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그전에 그들의 책을 찾아 읽자.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독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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