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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pr 19. 2022

밥에 대한 고마움

음식에 관한 단상들

어릴 적에는 정말 몰랐었다.

아니, 커서도 한참 동안 몰랐다.

밥은 늘 내 앞에,

공기처럼 물처럼, 당연히 놓이는 것인 줄 알았었다.


이런저런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비로소 밥의 고마움을 깨닫게 되었다.

밥이,

밥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네.               



밥은 생명체로서 우리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이다.

인체는 밥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열량을 만들어냄으로써 생명 유지와 심신의 활동이 가능하다.

꼭 입으로 먹는 밥이 아니라 영양제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영양소를 공급받는 것으로 먹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는 없지.


그러니까 밥을 먹음으로써 우리는 살아가인간적인 기능을 할 수 있으며.

더해서 위장의 포만감과 미각의 만족감, 정서적인 충족감까지 얻는 것이다.     


고요히 혼자 먹는 밥에서는 평온함을 누리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화목한 밥상에서는 고단하고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얻으며.

나를 설레게 하는 누군가를 수줍게 초대하여 나누는 밥상으로 서로는 특별한 인연을 기대한다.

생존의 기본이 되는 밥상을 마련하고 맛있는 음식을 차리면서 어버이는 자식에게 깊은 사랑을 전하고.

때로 우리는 그리운 영혼에게 밥상을 차려 미처 말하지 못한 사랑을 뒤늦게 전하기도 하지.     



지쳐서, 힘들어서, 삶의 무게가 벅차서 그대로 주저앉을 때.

내 앞에 놓인 절망의 크레바스를 건너뛸 기운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과 좌절에 빠져있을 때.

내키지 않으면서 꾸역꾸역 밀어 넣는 꺼끌꺼끌한 찬밥 한 숟가락이,

아직은 내가 짊어져야 할 세상의 책임이 있음일깨워주고.

그러니 일어나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속삭여주기도 한다.        

  

가족과 또는 누군가와 한솥밥을 함께 하식구라 함은.

한솥에서 밥을 나누고 반찬을 덜어내는 하나의 경제 단위에 그치지 않고.

덤덤하게 매일의 밥상을 함께 하는 것으로 서로 의지하고 부축하며 인생길에 동행하는 것이다.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아니라면 미처 모를 느낌과 기분,

도움과 협력.

때로는 서운하고 미워하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밥상을 함께 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결속하여 서로의 인생에 스며들어 살아가게 된다.

이심전심.

한솥밥을 먹은 식구여서 만이 알 수 있는 공감과 이해와 추억이 있으리라.          



밥 덕분에,

살아왔습니다.

또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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