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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마음에 남은 풍경들

by 기차는 달려가고

스위스, 일본, 싱가포르.

이 세 나라는 내가 가 본 중에 깨끗하다는 기억이 있는 나라들이다.

오래전 일이니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기본적인 흐름이 뒤바뀌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세 나라의 깔끔함은 그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스위스에서 아우~ 하고

완전히 긍정이지만은 않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건 제네바의 호숫가에서였다.

호수 구석구석 어디 하나 방치된 곳 없이 일일이 사람 손이 가서 말끔하더라.

그전에 다른 나라들을 돌아다녔었는데,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깨끗했지만,

스위스는 어느 곳도 소홀한 구석이 없었다.

호숫가 주변, 최고급 시계점들이 늘어선 거리를 구경하면서.

정밀한 기계를 만드는 손재주나,

자연까지도 사람의 손길로 깨끗하게 마무리하는 거나.

디테일이 강한 나라라는 생각을 했었다.


스위스는 자연의 풍광이 유명한데

나라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 은근한 미적 감각이 있었다.

정직하달까, 크게 멋 부리지 않지만 일정 수준의 뚜렷한 취향이 분명하더라.

산에 지은 집들도,

도시에 있는 건물들도 모두 묵직하고 튼튼했다.


그런데 약간 질린 달지,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해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내 느낌이 그랬다.



일본은, 내가 한창 다닐 때 잔뜩 부풀었던 버블은 꺼졌지만 여운이 남아있어서 여전히 강대국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지금보다 훨씬 못한 시절이었으니.

일본 거리는 다 세련되고 깨끗해 보였지.

일본 사회야 워낙 디테일에 강하니까 낡은 동네를 가면

작고 허술하게 지은 집들은 초라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구석까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가 약했던 건물의 화장실도 감탄스러웠지.


그런데 그 청결함은 좀 날카롭다는 느낌이 있었다.

편한 마음에서 나온 몸에 밴 습관이라기보다 다소 강박적이라 할지.

깨끗해야 해! 하는 의무감으로 해내는 듯한.

굳이 비교하자면 그랬단 말이다.



싱가포르는 다녀본 중에 나에게는 제일 재미없어 보이는 나라였다.

두세 번 가서 결코 짧지 않게 있었는데.

무미건조한 분위기로 인간미가 없다는 기분이 들더라.

친하고 싶지 않은, 꽉 막힌 모범생을 보는 느낌.

어느 나라나 차를 타고 거리를 다니다 보면 좀 낡고 음습하고 왠지 어두침침한 으슥한 동네나 거리가 눈에 띄는데.

싱가포르는 그런 곳이 보이지 않더라.

그렇다고 명랑하고 쾌활한 도시도 아니었다.


딱히 깨끗하다기보다는 더럽지가 않다는 기분이었는데.

사실 온도, 습도가 다 높은 아열대 지역에서 거리 외관을 청결하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기후 때문에 곰팡이도 잘 슬고 건물 도색도 쉽게 망가져서 금세 추레해 보일 수 있으니.

더위 문제도 있어 강력한 제재로 유지하는 깔끔함이 일부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하여간 체제는 전혀 맘에 들지 않음.



위의 내용은 수십 년 전 나의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그때 우리나라 거리는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웠었는데.

지금은 서유럽에서 온 분이 서울 깨끗하다고 감탄하시네요.

아이 기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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