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28일이면 나는,
오늘이 이순신 장군 태어나신 날이구나, 기억한다.
내가 중학교 1학년의 4월 28일이 428회 장군의 탄생일이었거든.
428이 두 개가 겹쳐서 잊을 수가 없어.
더불어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는 교장이,
전교생을 질퍽거리는 운동장에 한없이 세워놓고는,
그 없는 말주변으로 끝없이 늘어놓던 쓸데없는 말들의 향연도.
이순신 장군을 욕되게 하던 사립학교 창립자를 다시 떠올리려니 혈압 올라가네.
휴,
진정하자.
돌이켜보니 전형적인 우리나라 사학이었다.
1960년대에 야산 하나 깎아서 쪼그맣게 허술한 건물 하나 지어놓고.
베이비붐 시대라 아이들이 넘쳤으니 학생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나날이 학생들이 늘어나서 교사를 짓느라 나의 중학교 3년 내내 공사 중이었는데.
학생들은 체육시간이면 철근을 나르고 벽돌을 나르고.
봄에는 학생들을 나무들 해치는 송충이 잡아오라고 학교 소유의 뒷산으로 보냈었다.
크지 않은 교실에는 여학생 70명이 우글거리면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웠지.
커튼이나 비품은 임원들에게 할당해서 그 부모들이 마련해야 했고.
교장 큰딸은 가정교사였나 그랬다.
학생이고 교사고 다들 싫어해서 늘 혼자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던걸.
꼭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하고 부자연스럽게 화장했었는데.
아이고,
그분도 지금은 노인이겠구나.
예수도, 이순신 장군도.
살아서는 온갖 고생에, 모함에 시달리며 의롭게 살다 슬프게 돌아가셨는데.
온갖 사악하고 죄짓고 욕망에 눈이 어두운 비열한 무리들이 그분들 이름을 들먹이며,
자기 뱃속을 채우는데 이용하니.
살아서는 핍박,
죽어서도 이용,
너무나 억울하잔아.
* 덧붙여
내가 관이 주도하는,
특히 박정희 시대나 군인 독재시대의 관 주도 사업은 그들의 권력에 이용하는 속셈이 있어서 매우 싫어하고 경계하는데.
아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 생가 기념관은 조경이 좋다.
여름이면 정문에 들어가서 있는 능소화가 정말 탐스럽고 선명한 꽃을 피우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