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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n 21. 2022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

끄적끄적

참고 도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라이프 스타일>,

 Cha Tea 홍차 교실, 문성호 옮김, AK 트리비아 북스,



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에 흥미가 있다.

남의 사생활을 기웃거리려는 건 아니고,

각기 다른 생각과 가치관과 욕망과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비슷하고 또 다른 모습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특히 상당히 유사한 경험과 자극이 주어지는 한 시대와 한 나라라는 영역 안에서,

그렇게나 다른 수많은 개인들이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삶의 모습을 하나의 흐름으로 유형화한다는 것은,

재미있지만 사실은 위험할 수 있는 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따라, 나라에 따라,

분명히 유형이라 할 수 있는 비슷한 또는 압도적인 흐름의 생활양식은 보인다.


나는 오랫동안 근대라는 시기에 관해 깊은 흥미를 갖고 있는데.

내가 읽어온 서구 근대기 소설은, 대부분이 영국, 프랑스 소설들, 그리고 일부 독일과 미국, 일본 소설들이다.

나의 10대 때, 이들 소설 속 상황과 인물을 흉내 내는 마음으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이 글에서 참고하는 도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을 다루는 내용이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인 1848년에 처음 발간되어 1960년대까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출간된 <비튼의 가정서>라는,  

주로 젊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생활 지침서가 있었다는데.

지은이들은 그 지침서를 주축으로 하여 빅토리아 시대를 다룬 자료들로 내용을 보완하여,

빅토리아 시대의 가정생활을 상상한다.


책은 학술적인 수준이 아니고 일반 교양서 정도인데.

에서 일컫는 '중산계급'의 내용이 정확하게 정의되지는 않고 있다.

귀족이나 자본가가 아닌,

상업이나 제조업, 사업, 전문직 등으로 소득을 얻고 부를 이룬,

19세기 영국에 들어서 확대되고 확고해진 도시의 부유한 계층을 일컫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는 귀족이나 누렸을 생활을 작은 규모로, 엇비슷하게 누리게 된 사람들 말이다.


그러니까,

집안 체면을 따지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부터 여러 개의 방과 뜰을 지닌 집을 빌리며,

하인을 두고.

음식과 인테리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쓰며,

집으로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사교 활동을 할 만한 경제력과 교양을 지닌 젊은 가정이 이 지침서의 소비층이었다.



책을 읽어보면 200년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어머, 어머 할 정도로 지금 우리의 생활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전에 내가 어느 글에서 서구 근대기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이라든가 생활 방식의 기본형이 만들어졌다,

현대는 그 연장선에서 발전시킨 것이 대부분이다, 라는 글귀를 썼던 기억이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정생활을 중요시했고.

직장과 주거지가 분리되어

가장은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했으며(인구 증가, 교통수단 발전, 도시의 확대 등).

크리스마스트리와 카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사교와 취미 생활을 즐기고,

살림과 하인들을 관리했으며.

직접 가사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위생과 요리, 청소와 세탁 등 살림에 관한 다방면의 지식을 익혀야 했다.


이전과 달리 아침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해 가족이 모여 푸짐한 아침 식사를 했고.

종종 간식을 준비해 피크닉을 즐겼다.

하얀 웨딩드레스와 결혼반지, 부부만의 신혼여행이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토요일에 반일제가 보편적이 되고 휴가가 시작되어 증기선이나 철도를 타고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무엇보다 <비튼의 가정서>가 성공한 데서 보듯이,

갓 결혼한 젊은 주부들이 새로 유행하는 또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따르기 위해 가정생활 지침서를 찾았으며,

살림을 하고 사교 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취미 생활을 하는 데 그 지침을 참고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도 책으로, 인터넷으로, 정보통을 찾아 더 나은 생활 방식, 더 그럴듯해 보이는 세련된 생활 방식을 배우려 들지 않나?

그 시대의 젊은 주부들도 부모 세대의 생활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에 따른 최신의 정보를 찾아 더 나은 가정생활을 하겠다는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

물질적인 생활이 안정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겠지.


사교 생활이 매우 중요해서 인사말, 방문 예절, 의복 등등 절차가 복잡하여,

 부질없다- 싶은데.

그래도 친해지기 전까지는 한 번 방문에 15분을 넘기지 않는다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요일과 시간을 정해서 그때만 남의 집을 방문할 수 있다거나,

주인이 지금 집에 없다는 하인의 말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거나 하는 데서.

체면도 지키고 서로 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시대가 다르니만큼 차이점도 있다.

빅토리아 여왕을 위시하여 아이를 낳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클로로포름으로 마취를 했다거나.

태어난 지 한 달이 되면 아기에게 홍차를 맛 보여주기 시작했다거나.

아이는 보모와 가정교사가 키워 부모와 사실은 같이 하는 시간이 극히 적었다거나.

무엇보다 그 치렁치렁한 옷과 머리 위의 모자!


어휴, 편하고 가벼운 옷을 입는 지금이 좋구나.



*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2층에,

<비튼의 가정서>에 소개된 살림살이들이 진열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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