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어학연수로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
런던에서 묵었던 하숙집 방은 그리 작지 않았다.
깔끔하게 새로 고친 세미-디태치드 하우스,
우리나라에서 땅콩주택이라 불리는 형태로 두 집이 한쪽 벽을 공유하는 3층인가 4층인가 하던 중산층 주택이었다.
침대와 책상, 옷장이 있고 빈 공간이 제법 남아
서울에서 제법 넓은 방을 차지하고 있던 내게도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런던에서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파리, 스위스, 이탈리아를 여행했는데.
파리 시내에 있는 호텔에 들어갔을 때 비좁은 방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세계 어느 도시든 특급 호텔은 방 크기와 시설에 관한 규정이 있으니 크기나 시설이 일정 수준 이상은 되는데.
비즈니스호텔 급으로 오면 도시 사정에 따라 방 크기가 달라진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호텔 방에 불만이 없었는데,
침대 외에는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통로만 남았던 파리의 호텔 방은 정말 작았었다.
그때 파리에 유학 중이던 친구 집을 방문했는데 친구 남편이
탕수육을 만들어 주었지.
아주 좁은 공간에 부엌 시설이 있고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나는 침실이 따로 있으려니, 했었는데.
침실 없이 그 좁은 스튜디오에 밤에는 벽에 붙은 침대를 내려서 잔다는 말을 듣고 표정 관리가 아마 안 되었을 걸.
그때 개발도상국 대한민국 출신들에게 파리의 물가는 너무 높아서,
유학생들 생활이 많이 힘들었겠다.
일본에서는 오사카 비즈니스호텔의 싱글룸이 좁아서 기억에 남는다.
일본 대도시는 집들이 작다.
일본 주택들은 기본적으로 방 크기가 작다.
가구도, 가전제품도 작다.
홍콩의 비싼 집값은 종종 뉴스거리가 된다.
빽빽하게 지어진 고층건물 속 작고 작은 방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런데도 홍콩에는 마치 할리우드 저택 같은 너른 단독주택들도 보이고,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아파트들도 있다.
그 좁은 지역에서 빈부격차가 너무나 빤하게 드러나는 도시.
일반인들이 살아가는 좁은 방을 생각할 때 오히려 호텔 방은 그리 좁은 편이 아니었다.
가격 대가 높긴 하지만 말입니다.
반면에 땅이 넓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호텔 방들은 참 넓다.
방만 넓은 게 아니라 침대가 정말 컸다.
침대 크기가 웬만한 방 넓이라는 느낌.
침구 교체할 때 얼마나 힘들까?
대도시에 인구와 비즈니스가 집중되고 각종 문화, 편의시설이 모인다.
모든 시설은 곧 자리를 차지하니 주거지와 상업 시설에 더해 온갖 시설들이 도시를 메운다.
몇몇 대도시에는 전 세계의 투자와 투기 자금이 쏟아지고
그러니 비싼 땅값이 더 비싸진다.
자본 세력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보통의 사람들도 방 하나로 약간의 수입을 얻어볼까,
주택을 빌려 관광객들에게 잠잘 곳 파는 임대 대열에 끼어든다.
대도시의 땅값은 더 치솟는다.
도쿄에는 시야가 툭 트인 너른 공원이 여러 개 있다.
넓은 공원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을 보면서,
집이 좁은 대신 이렇게 나와 쉴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있어 그럭저럭 견디나 보다, 생각했었지.
홍콩은 주택들이 좁은 데다 외식 위주 생활 방식이어서 부엌이 상당히 좁은데,
그 옆에는 아주 아주 작은 가사도우미 방이 있다.
작은 몸을 간신히 누이고 작은 보따리 하나 얹어 둘 만한 크기.
일요일이면 홍콩 시내의 공원에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모여서 친분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음식도 함께 먹으며 지친 심신을 휴식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