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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Jul 20. 2022

전기와 수도

끄적끄적

예전에,

고급 아파트,

노부부가 사는 너른 평수의 어느 집에.

수돗물 사용량이 오랫동안 전혀 계량되지 않아 관리실에서 찾아갔더란다.


다음은 그 집 관계자가 한 이야기다.

빈손으로 시작해 많은 재산을 일군 그 부부는,

다용도실 수도꼭지 아래 커다란 함지박을 두고,

수도꼭지를 아주 조금만 열어서 하루 종일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았단다.

돈을 내지 않는 그 물로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샤워도, 변기에도 썼다.

꾀를 부려 공짜로 물 쓴다고 잔뜩 신이 나서.



전기가 민영화된 어느 나라에 많은 재산과 커다란 집을 물려받은 사람이 혼자 살고 있는데.

퇴근하면 조그만 전기스탠드 하나에만 조명을 켜서,

움직이는 곳마다 그 스탠드를 들고 다닌다고.

그렇게 아껴서 전기요금을 적게 낸다고 자랑하더란다.

어둠 속에서 거실과 침실과 화장실을 옮겨 다니는 조그만 스탠드와 그 곁의 시커먼 생명체를 상상하니,

웃기는걸.


궁상! , 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사람은 자타공인 부자니까 떳떳하게 말하는 건 지 모른다.

부자니까 남들도 킬킬 웃으면서 유머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정말 돈에 쪼들리는 형편이어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사람은 남들에게 이런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할 것이며.

남들에게 이 지독한 절약을 말한다면 듣는 사람 마음이 불편해질지 모른다.

그 가난을 조롱할지도 몰라.



우리나라는 전기와 수도를 공공에서 관리하여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계절마다 극과 극을 달리는 혹독 날씨와

긴 시간 일에 치이는 국민들 상당수가 밀집된 고층아파트에 살아가면서.

자주 씻고, 빨고, 청소하고, 보다 따뜻하게 덜 덥게.

더해서 편리한 생활가전용품까지 잘 사용할 수 있었다.

청결한 생활과 말끔한 외모,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고 가전과 디지털 강국이 된 데도 꽤  도움이 되었을 다.


민영화가 되면 중간에 이익을 얻어가려는 단계가 끼어드니 단가가 높아지겠고.

비용을 아껴야 하는 입장에서 시민들은

다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쓰는 도독들이  모른다.

청소도, 세척도, 빨래도 덜 하며.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더위에 땀 흘리며,

드문드문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짜증을 부리겠지.


작은 집,

옆집과 붙어있어 해도 들지 않고 바람도 통하지 않는 주거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너른 집,

볕 잘 들고 시원한 바람이 앞뒤로 숭숭 부는 쾌적한 생활을 하는 수입이 많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와 수도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물과 전기는 지구 환경을 위해서 그 소중함을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알뜰하게 소비해야 하지만.

인간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까지 자본가의 돈벌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생존의 기본 사항에까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벌벌 떨면서 돈을 세야 한다면, 사람 정말 비참하게 만드는 거다.

국민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더 마련해야 할 마당에,

있는 것마저 빼앗지는 말자.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하고 타개책을 함께 고민하며.

국민들의 협조를 구하자.

공평하게 모두를 이롭게 하자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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