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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01. 2022

무지출의 날들

끄적끄적

휴일에,

무기력으로 축 늘어져 졸면 깨면 휴대폰만 붙들고 있다가...

인터넷에서 '무지출'이라는 표현을 발견했다.

'플렉스'니 '욜로'니 하던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무지출'이로구나.


플렉스나 욜로나,

별 고민 없이 즐겁게 사는 데에 주안점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장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때 나올 수 있는 선택이다.

지금 당장은 내 지갑에 돈이 있다지만

앞으로 지출이 과다해질 예정이라거나,

경제적 전망이 어두울 때 누구든 지출을 줄인다.



그러니까 '무지출'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또렷이 의식하지는 않더라도 본능적으로 뭔가 어둡고 암울한 시기를 예상한다는 말이다.


일단 사람으로 태어나면 죽음이 마무리될 때까지

숨을 쉬는 매 순간이 소비이고 지출인데,

어떻게 무지출이 가능하겠는가.

잔뜩 부풀린 거품이 터지는 순간을 앞두고

굴러 떨어질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의 불안하고 체념 어린 심정을 드러낸 달지.


불필요한 또는 이제는 내게 무의미해진 분야의 소비에 대한 자발적인 절제라면 좋은데.

지출해야 함에도 돈을 쓸 수 없는,

궁핍한 형편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내 안의, 사회의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날로 커져서 결국 위기가 닥쳤을 때,

제발 무사히 넘기게 해 달라고 우리는 기도를 드리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적당한 선에서 위기를 넘기게 되면

당장은 안도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폭탄을 안은 채

마음가짐만 금세 안이해지더라.



어쩌면 근본부터 다시 올바로 세울 수 있도록 잘못된 구조는 철저히 무너져서.

피해와 고통을 겪으면서 대오각성하고.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는 편이 길게 보아 더 나은 게 아닐까, 싶지만.

그 지난하고 막막한 과정을 모두가 견디

보다 성숙한 사람, 올바른 사회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이미 먹구름은 잔뜩 몰려왔습니다.

그다음은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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