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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04. 2022

혼자 사는 단점

혼자 살기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살게 된 지 3년이 가까워온다.

와, 시간 빠르네.


짐작은 했었지만,

그동안의 시간은 내가 혼자 살기에 최적화된 사람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고요히,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혼자 밥 해 먹고, 청소하고, 음악 듣고, 책 읽고.

내킬 때 쏠랑 쏠랑 돌아다니는 고립된 생활이 좋다.

장점은 언제 다시 풀어보기로 하고

생각나는 대로 단점 몇 가지.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는 밤,

누가 인터넷에,

혼자 사는데 천둥, 번개가 이렇게 심하니까

와,  무섭네요- 는 글을 올리더라.

캄캄한 한밤중에,

이례적으로 우르르 쾅쾅, 번쩍번쩍 천둥, 번개가 쉴 새 없이 천지를 울리면 누구라도 무섭다.

그 무서움을 공감할 사람 없이 단절된 공간 안에서 혼자 오롯이 겪어내야 하면 더 무섭지.


나도 몇 번 몸이 아플 때 무서웠던 적이 있다.

아파하며 잠들었는데 자는 동안 더 아파져서,

한밤중에 기분 나쁜 통증으로 잠이 깨면 무섭더라.

혼자 비틀비틀 아픈 머리를, 아픈 배를 쥐어뜯으며 어찌해야 하나, 약통을 뒤지면서.

정신 차려야지, 두려움을 떨치려 한다.

노인이 되면 더 겁이 날 것 같다.

긴급한 상황이라면 특히 무섭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예상보다 입원 일자가 길어졌는데 과일이 딱 떨어졌다.

코로나로 누가 문병 올 수도 없었지만.

누가 올 수 있다 해도 내 성격에 나의 냉장고 안에 있는 과일을 꺼내 갖다 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을 거다.

만약 아무데서나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옷이나 개인용품이 꼭 필요했다면 이럴 때 혼자 사는 사람으로서는 참 곤란하겠다.


식생활에도 제약이 있다.

혼자 먹는 양이 아무래도 적으니까 식생활의 폭이 좁다.

살 수 있는 식재료의 양도 적고 밥상에 오르는 반찬의 종류도 적으니 음식이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식재료는 다른 이와 나누고 장을 볼 때마다 다른 식재료를 사서 반찬 종류에 시간적으로라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해내야 하는 점이다.

누구 나눌 사람도, 협력할 사람도, 도울 사람도 없이 오직 내가,

사소한 생활 중의 일이든 무거운 인생사의 일이든 혼자 다 짊어져야 한다.

그중에 파생되는 걱정, 불안, 갈팡질팡, 감정까지 몽땅 다.



나는 외롭다는 감정을 잘 못 느끼고 내내 침묵 속에 살아도 불편이 없는 성향이라 괜찮은데.


외로움을 특히 잘 느끼거나 말로 자신의 상황을 늘 표현해야 하는 성향이라면,

혼자 살기가 고역스러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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