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그 사람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행로만이 아니라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 감정, 가치관 같은 내면적인 요소들이 표정으로, 인상으로, 말투로 줄줄 흘러나온다.
시커먼 속셈을 감추고 화사한 가면을 쓰지만 사심 없이 바라보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그 가면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데,
이 경우 반드시 안목의 문제라기보다는 속는 사람 가치관의 문제 거나,
아니면 이해타산이 얽혀서 눈이 흐려진 경우가 많더라.
나는 단호하게 사람의 인상을 믿기로 했다.
외면보다는 내면이라며,
인상을 무시했다가 나중에 경솔했던 나를 자책한 일이 몇 번 있었다.
내가 특히 배척하려는 인상은 고약스러워 보이는 분위기이다.
마음속에 열등감이 그득해 다른 이들을 수시로 질투하고 시기하여 타인의 불행만을 소원하는 사람 얼굴에는 확연하게 고약스러운 표정이 각인된다.
비틀린 입술, 옆으로 치켜뜬 시선, 뾰족한 말투에, 매사 부정적인 그리고 타인을 깎아내리는 불공정한 언사.
거칠어 보이는 내면에는 보드라운 속마음이 있을 거라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고.
제법 선의로 대했는데 그런 나의 태도에는 확실히 시건방진 우월감이 숨어 있었다.
반성합니다.
나의 그런 맹한 우월감을 파악한 고약한 심보가,
웃기지도 않는군, 맛 좀 볼래?
, 하면서 내게 힘껏 고약스러운 강펀치를 날린 것일 수도 있겠지.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씀은 옳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답답은 하다.
워낙 밉상 짓을 해서 외톨이가 되어 마음속에 울화와 미움을 키우게 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선의가 번번이 거부되고 사랑이 외면받다 보니,
순수한 마음이 점점 밉상으로 발전하여 타인들을 부정적인 대하게 된 건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고약스러워서 피하기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피함으로써 그 고약스러움은 결코 치유되지 못하고 더 심해질 거라는 점이다.
인터넷에는 종종 늙은 부모님의 어이없는 언행으로 고민하는 자식들의 하소연이 올라온다.
그런 부모와 거리 두는 자식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답답하다.
내가 늙어서도 혼자 살겠다 마음먹은 배경에는 이런 문제들이 있다.
너무나 많은 나이 든 사람들이,
너무나 왜곡된 부정적인 기운을 그득 뿜어낸다.
가까이하기가 무섭다.
인생의 고난은 우리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지만.
그 고난에 짓눌리면 인간성은 비틀리고 황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