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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Oct 13. 2022

받아내려는 자, 갚으려는 자

끄적끄적

마다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나도 사람을 평가하는 몇 가지 기준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 사람이 세상에 대해 갖는 태도이다.

내가 세상을 위해 또는 남을 위해 무엇을  것인가?

또는 줄 것인가?, 좀 더 치중하는 사람이 있고.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받아낼 게 있다,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어느 한 편에 기울어진 입장이 있더라.

태생적인지, 환경적 요인이 강한지는 잘 모르겠다.

형편이 어려워도 뭘 바라기보다 하나라도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고.

잘 산다고 자랑하면서도 뭐 하나 더 얻으려 또는 뺐으려 기를 쓰는 사람이 있거든.



미켈란젤로는 70을 넘긴 나이에 성 베드로 대성당의 공사를 맡게 되었다.

그때부터 18년, 거의 90세가 되어 사망할 때까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일해야 했다.

죽음을 염두에 둔 나이라 자신이 살아서 대성당의 완공을 보지 못할 것을 알아,

기필코 건물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구상을 확실하게 해 두겠다는 일념으로 공사에 헌신했다.


전에 소개한 책,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윌리엄 E. 윌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에서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이러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미켈란젤로는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에서도 어느 정도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키케로는 그 책에서 나이 든 카토의 고사를 인용하는데, 노령의 지주들이 “그들이 살아서 볼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는 나무를 심고 열심히 가꾸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다. 카토는 시인 카이킬리우스 스타티우스의 시 한 구절도 인용한다. “그는 다른 시대에 사용될 나무들을 심는다.” 미켈란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다른 시대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의 미래를 위해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을 해냈다.

(378쪽)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이 투입하는 노고와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저울질한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되돌려 받을 것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그러니까 투자는 아무나 하지만.

자신을 바쳐서, 무언가 뜻있는 어떤 것을 위해 헌신하는 지극히 소수의 사람은 이해타산과 상관없이,

그저 세상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다음 세상에나 열매를 따먹을 나무를 지금 심고 가꾸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렇듯 세상에 자신의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은 지극히 소수라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세상은 이들 극소수의 마음가짐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니.

항상 탐내고 빼앗으려는 욕심 그득한 비루한 자들은 고귀한 마음을 오히려 조롱하고 모함하며,

자신의 야비한 탐욕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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