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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4. 2022

사치에 관하여

끄적끄적

갑자기 타로에 꽂혀서 며칠 동안 유튜브로 타로를 보았다.

그동안 인터넷으로 사주 또는 점성술에 관한 콘텐츠들은 가끔 보았는데 타로는 처음이었다.


나는 이런 분야의 예언적인 기능은 기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찾아가지도 않는다.

(젊었을 때 사주 보러 간 적은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동안 숱한 사람들이 세상을 알아내려 하고,

자신의 인생과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 노력들이 이런 형식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사주라든가 주역, 점성술이나 타로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유하는, 

세상과 인생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이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수단으로 인생과 사람을 풀어내는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몇몇 타로 선생들은 상당히 뛰어난 이야기꾼들이었다.

타로는 일정한 카드에 인간사의 어떤 부분들을 담고.

특정한 내용들을 담은 그 카드들의 배열에 따라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보였다.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우연히 잡은 몇 장의 카드로 인생의 그 무엇을 얼마나 알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 몇 장의 카드로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더라.


어떤 풀이 중에 "님은 그동안 캄캄한 터널을 건너왔습니다"라는 구절이 귀에 들어왔다.

이어서 누구에게나 캄캄한 터널에 갇힌 듯한 시기가 있다,

사람 때문일 수도 있고, 돈이 없어서 일 수도 있으며, 건강 문제일 수도 있다, 하더니.

으레 그렇듯,

어둠은 곧 끝나고 마음껏 님의 날개를 펼칠 때가 온다, 는 희망적인 말씀으로 타로 풀이는 끝났다.


그래.

캄캄한 터널에 갇힌 힘겨운 시기가 있다.

그 시기가 끝날지 다른 식으로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시기를 잘 겪어내면 인생의 디딤돌이 되는 것은 맞다.

어떻게 겪어내야 할까?

한 가지 문제가 생기면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주르르 도미노처럼 연거푸 인생이 무너진다.

한 가지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숨 쉴 구멍 하나는 남기라 권한다.

그 숨 쉴 구멍은 곁에 있는 좋은 동반자일 수도 있고.

넉넉한 돈일 수도 있고.

백수라서 시간은 많다거나 건강 하나는 뒷받침된다거나 할 수 있다.

사실 너무 큰 문제가 있으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잊을 수 있다.

그래도 이 악물고 자신에게 남은 숨구멍 하나는 지켜내야 한다.


부유하게 살다가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세월을 오래 겪은 어느 분은,

돈이 없어도 티슈는 꼭 썼다고 하셨다.

빡빡한 살림살이에 유일하게 사치 부릴 수 있는 게 티슈였다고.

누군가는 가끔 값비싼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차비를 아끼느라 먼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예쁜 양말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

시간만 많은 어떤 이는 횡단보도를 뛰어가지 않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치를 부리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쓸데없는 짓일 수 지만.

각박해지기 쉬운 어둠의 터널에서 작은 사치로 자신을 격려하는 거다.

나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서.

존재 전부가 내려가지 않도록 버틸 수 있는 허술한 구명대 하나 갖추는 거다.


작은 사치가 마음에 도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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