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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Aug 22. 2022

부부 인연의 여러 가지

끄적끄적

만나고 사랑하여.

마침내 인생길에 동반자가 되기를 결심하면서.

영원히 서로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위하면서  튼튼한 관계를 이루리라, 다짐하겠지.



조각가 권진규에 대한 책이 몇 권 있는데 올해 초, 그의 탄생 100주년 전시회에 맞춰서,

작가의 마지막 몇 년을 한 집에서 살았던 조카분이 책을 내셨다.


<권진규>, 허경회  지음, PKM Books 출판이다.

상당 부분이 작가의 삶과 작품 해설 내용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부부 인연을 생각해 본다.


권진규와 일본인 아내 도모의 사랑은 일부 썼는데 좀 더 들어가 보면.

작가 사망 소식을 들은 날 도모는 미친 듯이 밤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작가가 1959년 귀국할 때 따라나서지 않은 자신을 크게 후회했다고 한다.


남편으로서, 예술가로서 지극히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작가를 회상하는 도모로서는,

작가가 겪었던 괴로움과 외로움에 크게 고통스러워하면서

자신이 남편을 지켜주었어야 한다고 자책한 게 아닐까.


순전히 자신이 권진규라는 한 인간을 위해 무엇이라도 어야 한다는 헌신적인 사랑과 무한한 책임감이었던 거다.

그러나 두 사람은 행복한 몇 년을 함께 할 수 있었을 뿐,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슬퍼한 인연이었다.



작가 말년, 작가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면서 조카는 외삼촌이 겪은 또 하나의 괴로움을 말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조카네 가족, 즉 작가의 여동생 가족이 집으로 들어와 함께 살았다.

그때 여동생 가족은 생활이 궁핍했고 여동생이 일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형편이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먹고살고 자식들 가르치느라 동동거리는 막내 여동생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싶은데.

거기에 더해 여동생의 남편은 자신의 절망과 좌절을 아내에게 푸는 사람이었나 보았다.

밤이면 여동생 방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의 소리를 짧게 기술하며.

우리 가족은 외삼촌에게 해가 되었다, 고 조카는 썼다.

돈으로 해결해줄 수도,

매형의 권위로 눌러버릴 수도 없는 무력한 처지.

고달픈 여동생을 바라보는 고달픈 오빠의 심정은...


여동생의 남편은 아내이기에 자신의 절망감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좋은 사이가 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외삼촌의 죽음을 처음 발견한 조카는 반백 년의 세월이 흘러 외삼촌을 기리는 책을 쓴다.

책 마지막에서 조카는 아내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삶과 생각을 나누며 살아온 우리의 결혼 40주년을 자축

(279쪽)하며,

이 책을 외삼촌 영전에 바친다고 쓴다.


부부로서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성공이다.

강을 건너고 들판을 지나는 굽이굽이,

두 사람만이 아는 지난 40년을 축하하면서.

우리는 여기까지 삶과 생각을 나누며 살아왔다!

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부는 정말 축복받으신 거다.


두 분,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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