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기 소설 중에 <암야행로>라는 장편소설이 있다.
아들이 해외에서 유학하는 동안 며느리를 임신시킨 시아버지.
귀국한 아들의 자식으로 입적시키고 자신을 할아버지로 알고 있는 아이를 키운다.
나중에 아이가 진실을 알게 되어 갈등하는 내용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는 낙인이 찍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의 죄는 아니지만 죄인인 듯 벗어날 수 없는 멍에를 지게 된 사람은,
다시는 행복할 수 없을까?
뉴스에서 끔찍한 사건을 본다.
부모가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했거나.
자식들이 서로 죽이고 죽었거나.
악마의 손아귀에서 양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거나.
어느 날 끔찍한 사고로 모두가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거나.
경제가 파탄 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린 여자아이를 돈을 받고 판다고 한다.
그 아이는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심장을 도려내고,
감정도, 이성도 마비시킨 채 목숨만 간신히 지탱한 채 살아내야 할까?
밥은 중하다.
그래도 인간에게는 밥만큼이나 소중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딸을 팔아 산 식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배불리 한 끼를 먹고 웃을 수 있을지.
그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운명에 따지고 싶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