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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02. 2022

나를 위한 행사

끄적끄적

예전에는 주변에 행사가 많았다.

제사에, 어른들 생신에, 명절에, 결혼식, 돌잔치, 백일,

장례식에 집들이하며.

주변 사람들 모두가 부조금 들고 참석해야 했다.


기쁨을 함께 하고 슬픔은 위로해야 한다는 마음에 더해서,

행사는 무료하고 답답한 일상에 흥분이랄지, 활기를 주는 면이 확실히 었는데.

분명히 허세도 과시도 섞여 있었다.

차리는 사람은 과소비,

참석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껄끄러운 기분이 들더니.

요란한 행사는 시들어가고.

행사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실속을 차리거나 간소해지거나 사라지거나.

부분적으로는 더 화려 해지는 면도 있다.



시간은 빨리 간다.

허둥지둥, 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은 바쁘기만 한데,

그럼에도 지루하고 심심하며 그날이 그날, 이라는 막막 느낌.

그저 평범한 오늘지탱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용기를 짜내야 하는가.

마음에 켜켜이 쌓이는 불안과 조바심과 회의와 좌절 같은 기분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대신.

술의 힘에 취하고,

나를 구원해줄 전지전능, 만병통치라는 돈다발을 기다리며 아슬아슬 줄타기를 한다.


인생이라는 먼 길에 가끔 쉬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는 거지,

자신을 심하게 다그치지 말자.

매일 기쁘기만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날 갑자기 손을 놓고 될 대로 돼라, 존재조차 방기 하기 전에,

자신을 추스르고 즐겁게 해 주려는 의지는 필요하다.


행사를 떠올린다.

생활의 기술이랄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걸어가는 듯한 인생길에 잠깐잠깐 재미있게 나를 위하는 작은 행사.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마침내 그날을 보내는 반짝거리는 과정에서 묘하게 청량감을 느낀다.


축제가 아니라도.

반드시 축하할 일은 아니라도.

허우적허우적하는 날들은 오늘로 끝이야!,

선언하는 행사를 마련하련다.



가성비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나를 위해 작은 사치도 하고 행사도 벌이면서 스스로 도닥이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거다.

나를 잘 지키고 키우는 게 중요하다.

망가지지 않도록 소중하게 아끼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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