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유서를 읽었다.
짧은 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행복이지만,
그 일만 하고 싶다는 건 저주라는 걸 알았어,
라고 그녀는 썼다.
얼마나 고민하고 자책하고 힘들어했을지.
그 마음이 내게 왔다.
불꽃의 삶을 꿈꾸었다.
오직 의미만으로 꽉 찬 순정의 삶.
티 하나 없이 순수해야 할 지니.
추상처럼 엄격하게 날을 세웠었다.
그 시절을 지나 어영부영,
터벅터벅 그저 살아가고 있는 나.
꿈과 현실 사이에서 단호하게 꿈을 택했다고 그녀는 내게 말한다.
타협은 싫어요.
한 발 물러서면 낭떠러지.
그러니 여러분,
이쯤에서 안녕.
고맙다고 행복했다고.
이제 편안한 세상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잘 가요.
예쁘게, 힘껏 살아냈겠지요.
포르르,
어둔 밤하늘을 날아서 먼 빛을 향해 그녀는 떠나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