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에 정신 팔린 사이에 달은 훌쩍 커져서
벌써 추석이닷!
어릴 때 어느 장난기 넘치는 어른이 옥토끼가 방아 찧는 게 안 보이냐고,
한가위 둥근달을 가리키며 자꾸 묻는데.
거짓말도 못 하고, 최면도 안 걸리던 눈치 없는 이 어린이는 계속 고개만 갸우뚱했다지요.
추석이라 뭘 주고받느라 자매가 잠깐 만났는데
안부 인사는 떠올리지도 못하고,
장 보러 갔다가 가격표에 놀란 얘기만 서로 늘어놓았네.
살아오면서 동화를 잃어버린 노년기라.
태풍에, 이른 추석에, 환율에, 인플레에,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가격 인상 요인 뿐인 현실에서 명절을 보내는 마음이 가벼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가위.
시름은 내려놓고 맛있는 음식 드시고.
충분히 휴식하며 초가을 파란 하늘을 맘껏 누리시길요.
볕은 따갑지만 바람이 선선한 이 상쾌한 날씨에 지난 몇 달 혹독했던 무더위는 잊기로 해요.
이제 가을.
올해 남은 몇 달도 건강하게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