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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차는 달려가고 Sep 11. 2022

사람이 살아가는 조건

끄적끄적

밥 먹는 동안 유튜브를 본다.

주로 세상 풍경들이다.

처음에는 도시 풍경들을 많이 보았는데 점점 자연 풍경으로 관심이 바뀌어간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얼음으로 뒤덮인 동토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춥고 덥고 습하고 건조하고...

지독하게 척박한 땅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내게 가장 놀라운 곳은 수천 미터 높이의 첩첩산중,

공기가 희박한 높은 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카프카즈 산맥이라든가, 천산산맥이라든가, 히말라야 산맥 같은 높고 험한 곳들은 환경만으로도 내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고.

호흡도 어려운 곳에서 오손도손 맑은 눈빛으로 살아가는 분들은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우리는 인간 세상이 단계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같은 가치관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진보를 욕구한다고 단정한다.

그러니 척박한 환경에서 가난하고 부족하게,

현대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을 뒤떨어졌다고 함부로 판단할지 모른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생명을 꾸려가는  정갈한 살림살이와 환한 표정을 보노라니.

사실은 우리처럼 일찍부터 중앙집권적인 권력 체계 하에서 소유를 욕망하고 인간에게 등수를 매기며,

서로 군림하고 짓눌리면서 살아온 세계가 있고.

그들처럼 가족 또는 이웃들이 단위가 되어 비교적 평등하게.

자연에 더 의지하고 동물들과 운명을 함께 하며 살아온 다른 가치관의 세상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속한 세계가 그들을 점령하여.

우리의 증오와 욕망이 얽힌 이 번잡한 세상 쪽으로 그들을 끌어냈는데.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 지구가 앞으로도 존속하려면 세상은 그들을 닮아가야 할지 모른다.


가보고 싶다.

한동안 머물고 싶다.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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